중국시평

김정은식 개혁개방이 넘어야 할 산

2012-07-26 13:22:55 게재

리영호 총참모장 해임, 현영철 차수 승진, 김정은 원수칭호 수여 등 지각변동에 가까운 사건으로 세계의 눈길이 다시 북한에 쏠렸다. 그중 개혁개방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중국식 개혁개방에 들어서는 듯한 분위기이다. 과연 그럴까?

김정은 체제 반년에 북한은 적지 않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북한과 같은 폐쇄된 사회에서 작은 변화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개혁개방 시작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북한이다.

개혁개방과 북한이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실시한 1980년대 김일성 주석이 다섯 차례 방중, 김정일 위원장의 첫 방중, 총리 네 명의 방중이 있었다. 중국 정상들 방북도 거의 해마다 한 번씩 이루어졌다. 양국관계가 절정을 누린 10년이다. 화제는 단연 중국의 개혁개방이었다. 김일성은 등소평과 함께 중국 농촌개혁의 일선도 시찰했다. 중국식 개혁을 실험해보았고 개방 관련 법규도 내놓았다.

그렇지만 천안문 사건,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 구소련 해체로 북한은 전율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개혁개방이 악마로 둔갑한 이유다. 결국 남한과 제로섬 관계인 북한은 개혁개방과 정권 안정화라는 딜레마의 멍에를 벗지 못했다. 그 와중에 분조도급제도 경제관리개선 조치도 시도하였지만 결국에는 유야무야 됐다. 시장의 역할이 증대되자 화폐개혁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계획경제 회복과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자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내적으로 개혁개방은 고도로 집중된 중앙권력이 지방에, 기업에, 시장에, 농촌에 배분돼 내려가는 과정이다.

"변화하지 않아도 문제, 변화해도 문제"

김정은도 최근 "지방건설에 대하여 중앙에서 너무 통제하지 말라"고 했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화되고 시장의 기능이 강화되며 거기에 개방에 따른 정보 유입까지 가세하면 통제 불능도 올 수 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아도 문제, 변화해도 문제"라는 시각은 이를 이르는 것이다.

외적으로 정권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주변 환경이다. 북한은 한미일이 북한을 호시탐탐 노려본다고 생각한다. 북한문제로 한미일 공조는 전례 없이 강화되었다. 북한이 안고 있는 딜레마에 더 무거운 멍에가 씌워졌다.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안정된 주변 환경은 북한 변화의 결정적 요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틀자면 그 정당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이론의 정립을 선행해야 한다. 이론과 실천이 괴리가 될 수 없다. 중국이 그랬다. 그러자면 과거부정이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넘기 힘든 산이다.

결국 이 산을 넘지 못하면 북한의 변화는 딜레마를 안고 가는 제한된 변화일 수밖에 없다. 계획경제와 집단경제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의 변화일 것이다.

농촌에서의 분조축소, 이익배분의 변화도 그렇고 몇 단계 도약하여 최첨단 수준의 지식산업화를 실현한다는 것도 그렇다.

정부 투자가 대폭 증가될 것 역시 그렇다. 정권안정에 위험부담인 개혁개방을 뛰어넘고 전인미답의 도약식 발전을 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록 제한된 변화라 해도 변화에 가속도가 붙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북한이 결단을 내리고 북한식 개혁개방으로 발전과 정권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파격적인 언행으로 기대와 희망

비록 짧은 반년이지만 김정은은 많은 예상을 깨고 친민 행보로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파격적인 언행으로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김정은은 새것을 창조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개척자가 되고 선구자가 되며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장이 퍼져 나가는 북한의 변화를 아래로부터 위로의 변화로 규명하였다. 이제 북한은 위로부터 아래로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국제사회 특히 한국은 북한의 변화에 안정된 주변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진정 원했다면 "통일이 다가온다"는 식의 뜬금없는 말로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북한이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