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 교수’

2014-12-30 09:17:15 게재

“책 읽어주는 의사 선생님! 참, 친근하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던 김희철 교수. 그에겐 '책 읽어주는 의사 선생님'이란 친근한 별명이 있다. 암으로 절망하는 환자들에게 “한 번 해보자”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사. 그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암 환자들을 위한 토크콘서트 마련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중 ‘감사예찬’ 글귀를 읽어 내려가던 김희철 교수가 환자들과 일일이 눈빛을 맞추며 차분한 목소리로 토크콘서트의 첫 말문을 열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008년 대장암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암과 싸우고 있는 이해인 수녀의 희망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을 하며 ‘살아있다는 것’의 고마움을 느낀 순간순간의 느낌을 담은 내용은 여러분 모두에게도 특별한 희망을 전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저에게 수술을 받으셨던 환자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 동안 혹시라도 제가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편안하게 말씀해주시고,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세심하게 환자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각별한 김희철 교수는 항상 환자들의 입장에서 진료에 임한다. ‘내가 만일 대장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며 환자와 가족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오늘 열린 토크콘서트 역시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 자리다.

환자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   
김희철 교수는 환자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것이야 말로 치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대장암 환자들에게 항상 두 가지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절대 좌절하지 말자”는 말과 “한 번 해보자”는 말이 바로 그것.
“많은 환자분들을 보며 가끔 생각합니다. ‘나도 대장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저 역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한동안은 혼자 끙끙 앓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의사지만 많이 겁도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빨리 정신을 다잡고 대장암 수술을 잘 하는 의사를 찾아가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절대 좌절하지 마십시오. 대장암은 치료가 잘 되는 암입니다.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72%로 다른 암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니까,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해보자고요!”
그의 말이 끝나자 환자들의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환자들과 진심을 다해 교감하고 소통하는 의사.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의사, 그 이상의 남다른 소명의식을 지닌, 환자들의 특별한 동반자였다.
뒤이어 그는 “의료진에게 섭섭했던 마음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털어놓고 함께 개선방법을 찾아보자”며 열린 마음으로 환자들과 마주했다. 김희철 교수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각별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의사로서의 소임 다하는 사람     
“커다란 꿈과 희망을 안고 선택한 의사의 길에서 보람도 크지만 때로는 후회가 될 만큼 힘들고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하는 당신의 피곤함이 건강을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략) 때로는 불꽃처럼 뜨거운 감성으로 때로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으로 자신을 다스려가는 멋진 구도자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시길 기도합니다.”
토크콘서트가 무르익을 무렵, 김희철 교수가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자신에게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시금 일깨워준 글귀라며 의미심장한 표정도 지어보였다.   
"이해인 수녀가 쓴 이 구절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 굳건히 약속드립니다. 저도 환자분들께 이러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 의사들은 암과 친구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친구 삼지 말고 엉덩이를 뻥 차서 내쫓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셔야 합니다. 하루 30분 이상 땀날 정도로 운동하세요. 지나친 육식은 금물입니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민간요법을 너무 과신하지 마세요.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를 습득한 후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잔잔한 메시지로 시작해 애정이 잔뜩 묻어나는 잔소리로 끝을 맺은 김희철 교수의 토크콘서트. 책 읽어주는 의사에서 희망 잔소리꾼이 된 그의 이유 있는 변신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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