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못 올린 기간에도 적립금 늘어

2015-01-15 00:00:01 게재
4년제 사립대학과 법인들의 '적립금 쌓기 경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억제한 지난 5년 동안에도 사립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하면서도 적립금 쌓기는 계속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2008년 7조459억여원 규모였던 4년제 사립대학의 적립금이 5년 만인 2013년 9조797억여원으로 약 2조원이나 증가했다.

재원별로 나누어보면 법인회계 적립금은 7325억원에서 8909억원으로 1584억원 가량 늘었다. 교비회계 적립금은 6조3134억원에서 8조1888억원으로 약 1조8753억원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교비회계 적립금의 가파른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교비회계는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만큼 적립금이 증가할 경우 교육환경이 열악해지고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적립을 위해서는 이월금이 필요하고, 이는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5년간 교비회계 적립금이 증가한 사립대학은 108곳이다.

적립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은 이화여대로 그 규모가 약 2426억원에 달한다. 이화여대는 2008년과 2013년에 적립금 총액 순위도 1위 였다. 그 뒤를 이어 홍익대(2347억여원), 연세대 (1914억원), 수원대(1340억원), 고려대(1079억원), 성균관대(1023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적립금 증가가 가능했던 것은 사립대학들이 적립금 운용계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무분별한 적립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적립금 내역별 사용액과 추가 적립액을 담은 '적립금 용도별 운용계획'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누적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은 2013년 운영계획에서 적립금 5666억원을 지출한다고 보고했으나 실제 사용액은 이 보다 1905억원 가량 적은 3761억원이었다. 반면 이들 대학은 당초 계획했던 3749억원보다 1669억원(44.5%) 많은 5418억원을 적립했다.

그 결과 상위 20개 사립대학의 적립금 총액은 2012년 4조7960억원에서 2013년에는 1658억원(3.5%) 늘어난 4조9619억원이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부는 대학들이 교육부에 보고한 적립금 운용계획과 달리 무분별하게 운용하고 있는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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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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