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훈육법 이제는 고쳐져야

2015-01-23 10:24:46 게재

우리의 삶은 복잡하여 선한 행동이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고, 부정한 방법이 선한 모습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삶의 지혜, 근면, 정직, 측은지심 등 선한 것만을 가르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글 같은 세상을 미리 경험한 부모의 자녀에 대한 걱정이 때로는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 더 나아가 가정폭력을 일으킬 때도 있다,
현우(가명, 중2)의 아버지는 술꾼도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현우가 걸음마를 땔 무렵부터 작은 언행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잘못을 몇 번 반복하면 벌이나 회초리 등의 체벌을 가했다. 잘 웃고, 장난꾸러기였다던 현우는 점점 주눅이 들어갔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도대체 잘 하는 것이 없는 한심한 놈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대인기피증으로 친구를 한명도 사귀지 못했다던 현우는 심리검사 결과 우울증과 내면에 잠재된 분노, 특히 아빠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현우의 자존감은 오직 컴퓨터 게임의 가상세계에만 존재했다.


<서해원 상담심리학 박사(일산 미래행복최면심리연구원 원장)>

아버지도 할아버지로부터 권위주의 배워
아이의 문제는 반드시 부모의 양육방법과 연관되기에 아빠와도 상담을 했다. 약간 예상은 했지만 현우의 아버지 역시 현우 할아버지의 훈육 방법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우 아버지는 학교 진학이나 직장생활을 무난히 했고, 그에 대해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릴 적 기억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반면 현우에 대해서는 약해 빠진 녀석이라는 울화가 치밀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을 드렸다. 어쩌면 현우 아버지는 어릴 적 억눌렀던 스트레스를 어른이 되어서야 주변사람들에게 전가하며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려워하는 현우는 의지가 약한 아이가 아니라 단지 조금 소심하고 아버지로부터 멀어짐이 두려운 착한 아이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성장통이 잘 치유되면 현우는 남과 잘 어울리는 사랑스런 아이가 될 것이라 설득했다.
먼저 아빠와의 부정적인 관계를 해소시키고, 소통 경험이 워낙 없기에 또래들과의 소통법에 주력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아빠에 대한 분노가 조금씩 줄 무렵 순화된 단어를 대화에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치료과정에서 새 학년으로 바뀌었는데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놀기도 했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동아리도 만들고,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는 표현을 했다고 어머니가 전화로 알려주셨다.
아이에게 일상적인 불안을 만드는 양육방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되고 부모의 부정적인 언행은 절대 삼가야 한다. 또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방식도 다시 돌이켜 보셨으면 한다.


 

서해원 상담심리학 박사(일산 미래행복최면심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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