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불평등의 창조

"불평등은 조작된 결과물이다"

2015-01-23 10:18:17 게재
플래너리, 조이스 마커스 지음 / 하윤숙 옮김 / 미지북스 / 3만8000원

어느 순간부터인가 불평등은 인간사회에서 당연한 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의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라는 의미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것'이라는 자포자기적 읊조림이나, 현세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 내세를 희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B.C.1만5000년부터 20세기 초까지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인간사회 불평등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밝혔다.

저자들은 고고학과 인류학의 협업을 통해 태초에 평등한 사회에서 왜 불평등이 발생했는지, 불평등이 어떻게 정당화되고 제도화 됐는지를 재구성한다.

인류 초기 조상은 작은 집단을 이루고 살았고, 사회적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규모가 큰 사회가 형성됨에 따라 불평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인구성장이나 잉여식량, 귀중품의 축적만으로는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평등은 모든 인간 집단의 핵심에 있는 고유한 사회논리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이 밝힌 불평등 기원의 핵심요인은 '경쟁' '야심' '명망축적의 조건' 세 가지다.

인류사회는 역동적인 경쟁의 장에 노출돼 왔고, 자치권을 다른 사회에 넘겨주지 않으려 애써왔다. 이 과정에서 불평등을 제도화한 사회가 자치권을 지키는데 유리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남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뛰어난 개인의 야심 역시 불평등의 근본 동력이다. 평등사회와 불평등 사회의 차이는 바로 그런 개인의 야심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집단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할 정도로 잉여 산물이 없는 경우에는 우월한 지위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야심 있는 개인이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 필요했다. 이밖에도 저자들은 사적소유의 창안이나 치열한 권력찬탈의 결과물인 왕국 그리고 도시형성에서도 불평들의 기원을 추적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왜 우리 중 거의 대다수가 가난한 평민이 되어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든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든 부유하기는 매한가지인 지도자들을 묵인하게 되었는가"라고 물은 뒤 "저자들이 1만 년에 걸친 전세계 사회의 역사를 비교함으로써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밝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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