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허리띠 졸라매는 지자체들
서울 자치구 "택시비·전화요금·화장지값까지 아껴" … 정부 '지방재정 옥죄기'에 선제 대응
민선4기 때 청사를 신축하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전 동구의 '예산 전쟁'은 5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축제 3개는 아예 폐지하고 소규모 축제 5개만 유지해 11억5000만원을 절약했고 직원 복리후생비를 아껴 지난해까지 140억원을 갚았다. 여기에 늘어나는 복지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결국 특단의 조치로 공무원 자연감축분 242명을 채우지 않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는 무료통화 기능 등을 갖춘 직원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직원 1300여명 가운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직원을 제외한 1072명이 설치해 이용한다. 지난해에만 2300여만원의 전화비를 아꼈다. 금천구는 청사 내 비치한 화장지 값을 줄이기 위해 두겹짜리에서 한겹짜리로 바꿨다. 40일마다 210만원 들던 것을 190만원으로 줄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고 있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자치구의 경우 대부분 가용재원이 바닥난 상태다. 업무용 택시이용을 금지하고 전화요금, 복사용지 한장까지 아끼기 위한 규정을 만든 곳도 있다. 도봉구는 사무실에서 쓰지 않는 비품을 재활용하는 '불용품 재활용시스템'을 만들어 예산을 절감한다. 남는 비품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필요한 부서에서 빌리거나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활용한다.
국비를 거절하는 일도 다반사다. 전북 익산시는 전체예산의 70%인 70억원의 국비를 확보하고도 건립비 15억원과 연간 운영비 12억원을 부담할 형편이 안된다며 숙원사업이던 수영장 건립을 포기했다.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자체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지방채 발행 상한제'를 도입, 4200억원 한도를 넘지 않도록 지방채 발행을 통제한다. 경기 부천시는 경상경비·축제 예산 등을 줄여 향후 5년간 세출 235억원을 절감하고 세입 276억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경기 안양시는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건전재정위원회를 만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사전 심사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수원시도 건전재정추진단을 구성해 재정관련 법·제도 개선모색, 세입·세출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옥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재정 개혁'을 주문한 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재정 쥐어짜기'를 통해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초단체 재정자립도가 23%, 구는 15~17%, 군은 11% 수준인데 지자체가 자율경영을 잘못했다는 지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방재정에 의존하는 정부의 복지비 분담구조를 바로잡고, 국가와 지방사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