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 맛 기획 - 치즈 퓨전요리

2015-02-16 22:42:01 게재

치즈와 매콤이가 사랑에 빠졌다?



치즈 곁들인 등갈비, 주꾸미, 닭갈비 대유행. 온가족 외식 메뉴로 그만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미생’의 PPL(제품 간접광고)이었던 치즈 닭갈비.
우리의 안쓰러운 장그래는 어쩜 그리도 치즈 닭갈비를 맛나게 먹던지.
죽죽 늘어나는 치즈를 잔뜩 묻힌 닭갈비가 어떤 맛일까 볼 때마다 궁금했었다.
매콤한 음식과 치즈의 궁합 열풍이 ‘미생’ 전부터였는지, 아님 그 후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장면으로 인해 치즈 퓨전요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운 맛 중화시켜주는 치즈가 궁합도 ‘딱’
피자에서나 접하던 치즈가 어느새 다양한 요리에 파고들고 있다. 부대찌개, 떡볶이, 라면 등에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씩 넣어 녹여먹던 젊은이들 중심으로 ‘치즈를 넣으면 웬만하면 맛있다’라는 입맛이 자리 잡게 된 것. 이런 서구화된 입맛에 힘입어 최근 치즈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한국 요리에 파고들고 있다.
스위스 요리인 퐁듀의 개념을 매콤한 한식과 접목시킨 치즈 퓨전요리는 최근 대유행이다. 치즈 등갈비와 치즈 주꾸미, 치즈 닭갈비는 치즈 퓨전요리의 종결 트로이카.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매개체로 치즈는 또 다른 발견이다. 게다가 맛있게 녹아 길게 죽죽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는 보는 맛까지 더해준다. 최근 치즈 퓨전요리의 대유행으로 모조치즈나 치즈 ‘맛’ 소스를 치즈라 속이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집도 있는 모양이다. 과연 치즈 퓨전요리는 유행을 타다가 없어질까, 아니면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매김 될까?

정자동 카페거리 ‘오쭈’ (주꾸미&퐁듀)
지난해 말 정자동 카페거리에 생긴 오쭈. 카페나 이탈리아 음식점이 주를 이루던 거리에 생긴 주꾸미 전문점은 오픈하자마자 눈길을 끌었다. 정자동 카페거리에 먹을 만한 게 들어오는 건 언제든지 환영. 치즈 퓨전요리가 대유행인 가운데, 처음 맛본 것이 오쭈의 꾸미 뽕듀이다. 일단 오쭈의 메뉴는 주꾸미볶음, 쭈삼이(매운주꾸미와 삼겹살), 쭈꼬꼬(쭈꾸미와 닭갈비), 쭈삼꼬(주꾸미, 삼겹살, 닭고기)로 이루어졌다. 이 중 한 메뉴를 선택한 후 퐁듀를 함께 주문하면 램프와 치즈 퐁듀 포트(도기냄비)가 나온다.
퐁듀(fondue)란 스위스의 대표적인 치즈 요리로 빵, 고기, 과일을 한 입 크기로 썰어 긴 꼬챙이에 끼우고 치즈를 녹인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방식이다. 오쭈의 치즈 퐁듀는 고다치즈, 자연치즈, 에멘탈치즈에 생크림과 유크림을 넣어 녹여 사용한다. 치즈를 녹인 소스에 매콤한 주꾸미를 찍어먹으면 매운맛을 잡아주면서 부드럽고 든든하다. 안주로도 그만인데, 이 인기 주류는 크림 막걸리이다. 치즈 퐁듀 주꾸미와 꽤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그런데 주꾸미를 한 치즈 퐁듀 냄비에 여러 번 찍다보니 치즈가 양념으로 더럽혀져 미관상에 좋지 못하다. 각자 가열 퐁듀 냄비를 갖추거나 소스를 따로 덜어야 하는데, 그러면 쉽게 식어 부드러움이 없어지니 그게 조금 아쉽다. 처음 맛보는 치즈 퓨전요리라 흥미롭게 먹긴 했는데, 주꾸미 요리 자체는 기존 주꾸미 음식점들과 크게 차별점이 없었다.



죽전 카페거리 ‘함지박 치즈등갈비’

겨울방학 중 집 밥을 지겨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점심 외식을 하러 간 곳이다. 치즈 퓨전요리의 유행을 청소년들도 아는지, 치즈 등갈비를 먹어보자는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카페 일색인 죽전 카페거리에서 ‘함지박 치즈등갈비’는 눈길을 끄는 이색 음식점이다.
‘함지박 치즈등갈비’는 테이스티로드에도 나와 유명해졌고, 이미 서울 주요 동네 지점에서 검증을 받고 죽전에 오픈한 브랜드로 2003년도부터 시작해 치즈등갈비의 원조임을 강조한다. 대부분 치즈 퓨전요리 전문점이 등갈비를 비롯해 닭갈비, 주꾸미를 함께 취급하는 곳도 많은데, ‘함지박 치즈등갈비’는 등갈비 하나로 승부를 건다. 대신 3단계 매운맛과 간장 바비큐 맛으로 나뉜다. 이 집에서는 삶지 않아도 부드러운 구이용 최상급 라이온 립에 봉고 칠리 고추로 만든 함지박만의 특제 매운 소스로 초벌구이를 한다고 한다. 거기에 천연 모차렐라 치즈를 감아 먹으면 매운 맛이 중화되면서 끌리게 되는 것.
직사각형 철판에 초벌구이 한 등갈비가 한쪽에 콩나물과 함께 담겨있고, 나머지 바닥에는 아직 녹지 않은 치즈가 깔려 나왔다. 테이블 위의 휴대용 가스버너를 켜니 치즈가 지글지글 먹기 좋게 녹는다. 공부 스트레스를 매운 맛 탐닉으로 풀고 있는 아들 녀석은 ‘딱 자기 취향’이라며 치즈를 등갈비에 감아가며 손으로 신나게 뜯어먹는다. 딸은 보통 맛으로 시켰는데도 맵다며 약간 힘들어 했다. 간장 바비큐 맛도 함께 시킬 걸 그랬다.
최근 핫 트렌드인 치즈등갈비를 먹은 소감은 꽤 괜찮은 궁합이라는 것이다. 매장 분위기나 고기 맛은 고급스럽기 보다는 젊은 층들이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수준이다.


분당·용인지역 퓨전 치즈요리 맛집 리스트

 
■서현역 ‘제임스 치즈 등갈비’

이 집은 순한 맛, 매운맛, 초매운맛으로 나뉘고, 치즈 양에 따라 1인분 가격이 달라진다. 계란찜에 주먹밥, 볶음밥이 곁들이 메뉴.



■서현역 치즈 카페 ‘홍신’

카페 스타일 인테리어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곳. 치즈 등갈비 14,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매콤한 맛, 매운맛 중 선택 가능하다. 휴대용 버너에 나오는 미역국은 입안이 매워질 때 먹으면 그만.



■분당 정자 미술냉 치즈 등갈비

미술냉이란 ‘미녀와 함께하는 술은 냉정한 내 마음도 움직인다’의 뜻. 정자동 카페거리 끝 뒤편에 위치해 접근성은 안 좋지만 매우 북적이는 곳. 100% 자연산 모차렐라치즈만 사용.


■수상한 쭈꾸미앤 치즈등갈비
미금역에 위치한 수상한 쭈꾸미와 등갈비. 수북한 치즈 양으로 승부한다.
이 집은 치즈가 푸짐해 볶음밥과 남은 치즈를 버무리면 리조또나 그라탕을 먹는 느낌이다.


  
■닭컴참숯닭구이

백현동에 위치한 숯불치즈닭갈비 전문점이다. 철판에 볶아먹는 방식이 아니라 춘천이나 남이섬에서 먹는 식으로 숯불에 지글지글 구운 후, 치즈 퐁듀에 찍어 쭉쭉 늘어나는 재미와 함께 닭갈비를 즐길 수 있다.



■용인 광교 뉴욕치즈등갈비&쭈꾸미

광교 신도시 중심상가에 새로 들어온 매장으로 카페 분위기라 아늑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 등갈비와 주꾸미를 치즈와 함께 즐길 수 있다. 3시까지 런치 할인도 있어 학부모 모임장소로도 좋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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