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비율 OECD 회원국 중 최고

2015-03-06 11:11:29 게재

국민 1만명 당 졸업자 13.8명, 주요 회원국보다 3배 이상 높아

기업 "우수인재 부족" … 대학 증가로 교육의 질 하향 평준화

재정지원을 매개로 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대학가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청년실업의 책임을 기초학문에 미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대학의 공과대 비중이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인 만큼 산업인력 문제를 대학에 전가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인력이 초과 공급되는 학과로부터 대학-산업 간 인력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즉, 재정지원을 매개로 대학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구조조정은 실용학문 중심으로 대학을 재편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취업경쟁력이 약한 기초학문 축소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근거로 "공학·의학계열은 인력이 부족하고, 인문사회·예체능 및 자연계열은 초과 양성될 전망"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2013~2023년)을 제시했다. 황 사회부총리도 지난달 4일 대학생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크면 결과적으로 학생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가된다"며"고통이 따르지만 사회 구조를 고쳐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인력수급 미스매치가 청년실업의 핵심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들이 인문과학 분야나 자연계열 기초학문 분야의 입학정원을 줄였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청년실업률(15~29세)은 9%(38만명)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은 절대적인 일자리 부족과 고용조건 악화이지 대학이 산업수요를 못 맞춰서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대학을 직업교육기관화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대학 졸업자 중 공대생 비율은 23%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평균인 12%의 2배 수준이다.

OECD 조사(2011년)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배출하는 공대생은 연간 6만9000여명이다. 총인구(4978만명)와 비교하면 공대 졸업생이 1만명당 13.8명에 달한다. 미국은 연간 10만1000여명의 공대 졸업생이 나오지만 인구 1만명 당 비율은 3.3명이다. 프랑스 5.8명, 독일 5.5명, 영국 4.4명 등으로 다른 선진국들도 한국의1/3규모다.

그래도 기업들은 '쓸만한 공대생이 부족하다'며 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국내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융합·실무형 공학 인재에 대한 산업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매긴 공학 분야 신입사원의 실무 적응 능력은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대졸자를 재교육하는 데 한 명에 평균 6000만원과 20개월이 걸린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계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 보고서에서 "대학설립규제 완화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립한 하위권 대학의 팽창이 급속하게 이루어져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며 "이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추어 양질의 노동력을 사회에 배출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로 발전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취업률에 급급해 기초학문 학과를 줄일 게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은 0.7%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1%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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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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