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권력, 사학 - ①학교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비리 사립대 이사장들

교비 빼돌려 동생 학교 사주기도

2015-03-11 11:13:41 게재

비자금 조성해 공무원 로비 … 교육부, 10일 상지대 김문기 총장 해임 요구

교육부는 10일 사학 비리로 퇴출됐다 21년 만에 복귀한 상지대 김문기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김씨가 총장 부속실 직원을 채용하면서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인을 선발하고, 총장 관사 용도로 교비에서 매입한 아파트를 부속 병원장에게 무상 사용토록 하는 등 대학을 사유화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씨 사례처럼 일부 사립대학 이사장, 이사, 총장 들의 '대학 사유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학교 돈을 쌈짓돈처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횡령하다가 사법처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담은 학생·학부모에게 전가 = 1995년 장안대 법인인 서림학원을 인수한 류종옥씨는 동생을 총장에 앉히고 전형적인 족벌운영을 해왔다. 그러다 2010년 형제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동생을 분가시키기로 했다. 류씨는 동생에게 서울 진명여고를 인수해주는 조건으로 결별하기로 했다.

류씨 형제는 진명여고 인수자금 75억원을 조성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군에 연수원을 건립하겠다며 제3자를 내세워 87억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실제 인수액은 64억원이었으나 류씨는 서류를 조작해 비자금 23억원을 조성했다.

정문 조성공사, 정보통신관 리모델링 등의 공사비도 부풀렸다. 또 재단이 납부해야 할 재산세 제세공과금 등을 교비에서 지출하는 등 류씨가 학교에 입힌 손해가 110억여원에 달했다.

서울디지털대 전 이사장인 엄영석씨는 개인 소유 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강의용 콘텐츠 제작을 발주하고, 동생 소유 토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등 학교에 80여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가 사법처리 됐다.

엄씨는 업무용 법인카드를 사적용도로 사용하고, 업무용 차량과 운전기사를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극동대 설립자인 유택희 전 명예총장도 극동대와 강동대 등의 교비 165억여원을 빼돌려 고급 아파트와 건물 구입 등에 사용했다. 또 스스로 명예총장에 취임해 특별수당 명목으로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명지대 유영구 전 이사장은 교비 727억원을 횡령하고, 부도 위기에 처한 명지건설을 위해 1735억여원을 부당 지원하는 등 학교에 2500여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서남대 신경대 광양보건대 한려대 등을 설립해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이홍하씨는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등으로 90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씨는 조성된 비자금으로 관련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벌이다 적발됐다.

◆4년제 대학, 5년간 1341억 손실 = 최근 5년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부정·비리와 부당운영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은 4년제 대학 1341억원, 전문대학 629억원에 달했다. 대학 당 평균 손실액은 4년제 대학 84억원, 전문대학 7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고 있는 사학 비리·부정의 대가는 학생과 학부모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학교 존립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사장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 사립대학의 현실에서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사학비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이 넉넉지 않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에서 교비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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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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