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큰언니네부엌’

2015-03-11 22:55:15 게재

“이야기가 꽃피는 큰언니네 부엌에 놀러오세요”



작년 7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야기가 꽃피는 큰언니네 부엌’, 영등포 50년 토박이 큰언니 김혜경 대표를 주축으로 장아찌, 우엉잡채, 간장게장, 섞박지김치 등 다양한 반찬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함께 점심을 나누는 밥상모임이다. 음식으로 이웃 만들기를 시도하고 잊혀져가는 전통장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큰언니네부엌’을 소개한다.

학부모 모임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큰언니네부엌’의 회원은 모두 9명. 영등포 50년 토박이 큰언니 김혜경(52) 대표를 주축으로 13년 지기 친구들 김다연(51), 박혜경(49), 강옥희(49), 박문희(49), 지미례(48), 송지연(48) 회원과 새로 큰언니네부엌 멤버가 된 박은경(46) 회원과 청일점 김세규(52) 회원이다.

김혜경 대표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학부모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그 아이가 벌써 21살이 됐으니 13~14년 지기들”이라며 “지금은 등촌동, 여의도 등으로 이사를 갔지만 모임에는 빠지지 않을 만큼 적극적”이라고 자랑스레 소개한다.

이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유일한 청일점 김세규씨의 힘이 컸다.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영등포 큰언니 김혜경씨와 함께 활동을 했습니다.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농업을 통해 전통음식문화를 살리고 음식을 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음식을 통해 이웃끼리 친해지고 전통음식 문화도 배울 수 있어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천하게 됐습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제안만 해놓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남자지만 김세규씨도 ‘큰언니네부엌’ 멤버가 됐다. 김세규씨가 주로 하는 일은 물건을 옮기는 것 같은 힘쓰는 일과 고장 난 곳 수리, ‘큰언니네부엌’을 홍보하는 일 등이다.

이들의 모임장소는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에 위치한 ‘하늘을 나는 자전거’. 이곳은 김혜경씨의 딸이 무용실로 사용하던 곳이었지만 요리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조금 변경해 ‘큰언니네부엌’ 요리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큰언니네부엌’ 멤버인 박은경씨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갈 곳이 있는 게 좋다”며 “이곳에서 배우고 싶은 것을 함께 배우고 밥도 해먹으며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 같다”고 밝힌다.



전통 장 담그기 교실도 열어

‘큰언니네부엌’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 활동으로 알타리장아찌, 석박지, 게장 만들기 등을 이웃과 함께 요리했다. 이 외에도 계절에 맞는 밑반찬 만들기, 샐러드 소스 만들기 등 주부들이 즐겁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김혜경 대표는 “처음에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같이 요리를 해보자는 공고를 내면 얼마나 모일까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요리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멀리서도 참가해주어서 15~20명 정도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큰언니네부엌’에서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준비한 또 다른 요리는 ‘제1회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 전통 장 담그기 교실’이었다. 큰언니 김혜경 대표에게 장 담그기 과정에 대한 이론수업을 듣고 문래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콩을 수확해 삶았다. 삶아진 콩을 발로 밟아 메주로 만든 뒤 달아놓을 새끼줄을 꼬고 옥상에 메달아 말리기까지 전 과정을 이웃 주민과 함께 했다. 이후 1월에 간장을 띄우고 3월 간장과 된장 만들기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큰언니네부엌’에서 전통 장 담그기 등 요리교실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은 ‘큰언니네부엌’ 회원들 대부분이 맏며느리이기 때문. 큰언니 김혜경 대표는 종가집 맏며느리로 어른들과 함께 살면서 당연히 장을 담그는 것으로 알았고 다른 회원들도 큰살림을 해본 경험이 많아 음식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컸다.

매주 모임을 갖고 함께 마을공동체를 진행하다 보니 더 가까워진 회원들. 집안의 대소사도 이제 품앗이로 도와준다. “같이 움직이니까 힘든 일도 금방 끝나고 남는 시간을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으니 더 좋은 거 같아요.”

음식 만드는 거 외에 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한 회원들은 장식품과 소품 등을 파는 크래프트 숍도 열었다. 홍보도 제대로 안 돼 얼마나 모일까 예상할 수 없었지만 직접 만든 수제용품, 음식 등을 진열하고 손님을 맞으니 100명이 넘게 왔다. 이날 수익금은 모두 영등포조부모가정에 김장을 해서 나눠주었다.



쿠킹 클래스에 복합문화 접목할 터

‘큰언니네부엌’ 회원들은 회원들의 재능을 살려 ‘큰언니네부엌’을 쿠킹 클래스에 복합 문화를 접목한 모임으로 만들 예정이다. 플로리스트, 꽃차 플래너, 퀼트 강사, 무용수 등 회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이웃을 위해 쓰고 싶기 때문이다.

꽃차 플래너인 김다연 회원은 ‘큰언니네부엌’ 모임으로 꽃차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회원들과 함께 꽃차를 만들기 위해 꽃도 채취하러 가고 직접 만든 꽃차를 함께 나누며 꽃차 홍보대사가 됐습니다.” 박문희 회원은 “모일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을 할까 새로운 호기심이 생긴다”며 “마음만 있었지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큰언니네부엌’에서 할 수 있어 모임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미니 인터뷰


김혜경 대표

“‘큰언니네부엌’은 음식을 통해 이웃끼리 친해지고 전통음식 문화도 배우는 훈훈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장아찌, 간장게장, 장 담그기, 섞박지 김치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요리를 많이 만들어요. 많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김세규 회원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큰언니네부엌’ 회원과 함께 일하면서 마을공동체 이웃 만들기 사업을 추천하게 됐습니다. 요리를 통해 주민과 가까운 루트를 만들자 제안만 해놓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남자지만 ‘큰언니네부엌’ 멤버가 됐습니다.”


박경애 회원

“크래프트 숍에서 남은 수익금으로 김장을 해서 영등포조부모가정에 나누어주었습니다. 봉사란 돈이 있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김치 잘 담그는 재능 하나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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