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미국이 만든 세계

'미국의 시대'는 저물지 않는다

2015-03-13 10:32:02 게재
로버트 케이건 지음 / 이영기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1만5000원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종말을 맞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누가, 또는 어느 세력이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까.

미국이 이미 쇠락하고 있어 머잖은 장래에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서 밀려나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는 외부만의 평가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유수한 학자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석을 내놓은 지는 수십 년 됐다.

심지어 존 아이켄베리 같은 정치학자는 미국의 힘이 축소되면 오히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뿌리가 훨씬 더 튼튼해지고 번성할 것"이라고까지 예측한다.

'미국의 세기'는 과연 끝나가는 걸까.

레이건 대통령 때 국무부에서 외교 정책을 맡았고 지금도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으로 있는 지은이는 이같은 전망을 거부한다. 그는 미국의 힘이 역사상 다른 초강대국들이 가졌던 영향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미국을 대체할 세력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 시대의 세계질서가 가진 장점-민주주의, 경제적 번영, 강대국들 사이의 평화-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성에서 파생됐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기에 세계 각국에 이를 전파하고, 유지되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힘은 전 세계적으로 두루 지지를 받았다. 미국이 개입한 전쟁은 항상 동맹국들의 참전을 불러왔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도 40개국 이상이 동참했다. 반면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옛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할 당시에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속한 나라조차 돕지 않았다.

지은이는 미국이 쇠퇴한다는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보다 더한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미국민은 그 때마다 지혜롭게 극복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힘, 곧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도덕성에서까지 우월함을 주장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깨우쳐 준다는 점에서 일독(一讀)할 가치는 충분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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