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새로운 라운드의 북핵게임

2013-06-27 10:44:07 게재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동북아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중 공조'라는 전례 없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의 새로운 밀월관계를 구상하는 것 같다. 한중양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거는 기대 역시 전례 없이 높다. 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한 촉매제는 다름 아닌 북한의 3차 핵실험이다. 북핵게임을 새로운 라운드에 들어서게 한 것이다.

새로운 북핵게임은 협력적인 중미관계와 한중관계로 막을 올리는 것일까? 필자가 늘 강조해왔던 북핵을 매개로 한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는 이렇게 태동하는 것일까? 한중 관계는 이제 북중관계를 뒤엎는 것일까?

북핵문제는 그 뿌리가 한반도 냉전구도에 있다. 발단은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의 충돌이다. 북핵이라는 매개가 있었기에 미국은 세계화와 지역경제블럭화라는 추세 속에서도, 남북관계와 북일관계 개선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북한문제를 시기적절하게 이슈화하면서 미국에 필요한 긴장과 완화를 반복시켜 올 수 있었다. 한반도라는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의 지탱점을 지켜온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협상, 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관행을 끊겠다고 한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미국이 20년간 속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과 완화를 필요로 했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북미 모두 악순환을 필요로 하며 북핵을 키워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 북한은 '악마'가 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고 미국은 '정의의 화신'으로 둔갑했다.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동아시아에 개입하는 접근법은 바로 동아시아지역의 중대 사건과 불안정한 구조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3차 핵실험이 새로운 국면 열어

현재 진행되는 새로운 라운드의 북핵게임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중·미공조라는 용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협력은 또 어떻게 읽어야 할까?

새로운 북핵게임의 계기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김정일시대와 다른 차원의 치킨게임이었다.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 의해 불거져 나온 북핵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방치하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은 중국의 문앞에서 핵전쟁까지 운운하며 새로 들어선 시진핑정부에 시위에 가까운 위협으로 다가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국의 중국 역할론에 명분을 실어주면서 중미 양국을 '공조'로 떠미는 매개가 되였다. 시진핑과 오바마의 정상회담에서 보여주었듯이 미국이 바라는 중국역할론은 시진핑이 강조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제재와 압력을 통한 문제해결이라 할 수 있다. '중미공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이 강조하는 중국의 역할 역시 미국과 맥락을 같이 한다. 어찌 보면 한국의 일각에서는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중국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며 지금은 중국이 움직이고 있기에 이명박정부와 같은 대북정책을 펼쳐도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박근혜대통령의 방중에 거는 기대 속에는 역시 중국이 계속 '움직여 줄 것'을 바라는 기대가 상당한 것 같다. 중국이 한국과 공조하면 북핵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리라는 판단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미국이라는 요소가 빠진 것이 아닐까? 미국은 변할 수 없으니 중국이 변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닐까? 과연 미국은 변하지 않고 중국만 변해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이 한발 물러서고 한중이 앞에 서서 북핵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일까?

북한과 미국 동시에 변해야


분명한 것은 한중의 공조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협정을 만들어낼 수 없다.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야 한다는 중국속담이 있다. 결자해지라는 뜻이다. 북핵이라는 방울은 북한과 미국이 함께 달았다.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있어서 누가 무어라 해도 전략적으로 한반도에 접근하는 미국은 결정적 요소이다. 북한을 변화시키자면 미국도 변해야 한다.

한중협력은 북한의 진정성뿐만 아니라 미국의 진정성도, 북한의 변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변화도 함께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한중관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전략적 공조'로 가는 길이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