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권력, 사학│⑤ 내부 감시·견제기능 있으나 마나

4년제대학 개방이사 절반이 재단 이해관계자

2015-03-25 00:00:01 게재

사실상 재단이 선임권 행사 … 사립학교법에 개방이사 자격 구체적 명시없어

사립대학 재단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개방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이 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33개 법인과 97개 사립전문대 법인의 개방이사 현황(2013년 7월 현재)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정 의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 법인 133곳 중 66곳(49.6%)이 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4년제 대학의 전체 개방이사 348명 중 88명(25.1%)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대학 법인 97곳 중에서는 33곳(34%)이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전체 개방이사 200명 중 45명(22.5%)이다.



유형별로 보면 4년제 대학 법인은 전직 이사·총장·부총장·교원 출신 인사가 28명(31.8%)으로 가장 많았다. 현직 이사장·총장인 경우도 17명(19.3%)이나 됐다. 또 같은 법인 산하 중·고교의 전·현직 교장·교감이 12명(13.6%)에 달했으며 타 사학법인의 이사장이나 총장이 10명(12.5%), 동일설립자가 설립한 타 사학법인 학교의 전·현직 임원이나 교원 10명(11.4%), 이사장 친·인척 2명(2.3%) 등의 순이었다.

전문대학 법인도 해당 대학의 전직 이사·총장·부총장·교원 출신이 15명(31.1%)으로 가장 많았으며 같은 법인 산하 중·고교의 전·현직 교장·교감이 12명(26.7%)에 달했다. 현직 이사장이나 총장도 8명(17.8%)이나 됐으며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도 3명(6.7%)이 선임됐다.

이런 상황은 초·중·고교를 인정하는 학교법인들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이 개방이사인 법인이 87개(10.1%)나 됐다. 사학법인의 전체 개방이사 2011명 중 54명(2.7%)은 이사장 본인이 겸직했다. 또 102명(5.1%)은 친·인척이었다. 친·인척이 아니더라도 전임 학교장, 교감, 동창회 관계자 등 '팔이 안으로 굽는' 인사들이 개방이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개방이사제도는 사학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해 2005년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서 도입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개방이사제도 도입이 포함된 사립학교법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학재단은 이사 정원의 1/4을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나 대학평의원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해야 했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끝에 사학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학교운영위·대학평의원회의 개방이사 추천권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로스쿨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열린우리당도 사실상 사립학교법 개정에 동의했다. 사립학교법 제14조 3항을 보면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개방이사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7조 2학은 '추천위원회가 개방이사를 추천하는 때에는 해당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를 추천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사학법인들은 이 부분을 자의적으로 판단 측근을 개방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대학평의원회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립학교법이 추천위원회의 운영과 구성은 각 대학이 정하는 정관에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대학이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권한을 이사회에 두고 있어 개방이사가 이사회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한 보고서에서 '개방이사 도입 이후에도 사학비리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는 법인 이사회를 감시·견제하는 개방 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인척을 포함해 법인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개방이사가 되지 못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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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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