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헬기(수리온), '플로트(해상비행용 비상부유장비)' 없이 세월호 상공 비행

2015-04-10 11:02:39 게재

경찰청, 방위산업청 등 요구에 입찰규격 바꾸고 수의계약 … 129회 118시간 참사해역 등 날아

경찰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비행용 안전장치가 없는 헬기로 사고해역을 100여 회 비행, 또 다른 사고위험을 방치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타 부처의 요구로 이 헬기를 구입하기 위해 규격기준까지 바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감사원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1년 1월 대테러작전, 실종자 수색 등의 임무수행을 위해 해상·야간비행이 가능한 다목적 헬기 2대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와 338억원의 조달계약을 맺고 2013년 12월 다목적헬기 '수리온(사진)' 2대를 납품받았다.

그런데 수리온에는 해상헬기의 필수 안전장비인 '플로트(float, 비상부유장비)'가 빠져 있었다.

플로트란 헬기가 해상에 불시착 할 경우 에어백이 터지는 장치다. 엔진이 꺼지더라도 동체가 5~10분가량 해상에 뜨도록 해 그 사이 승무원이 구명보트를 펼치고 탈출할 수 있다.

'경찰항공운영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플로트를 구비한 해상헬기를 보유해야 한다. 당초 경찰청도 납품 시점에 플로트가 장착된 헬기를 구입한다는 규격을 정했다.

국책사업으로 개발중이던 KAI의 수리온은 이 장비가 없어 도입규격에 맞지 않은 상태였으나 당시 지식경제부와 방위사업청이 그해 3월 수리온도 입찰토록 해 줄 것을 경찰청에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인 경찰청은 한 달 후 헬기도입 규격을 변경하고 플로트 납품기한도 당초 2013년에서 2년가량 늦춰줬다.

감사원 확인 결과 플로트 없이 납품된 수리온 2대 중 1대는 전남지방경찰청에 배치됐으며 세월호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4월 16일부터 6월 11일까지 129회에 걸쳐 118시간을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나머지 한 대도 같은 해 5월 7일부터 18일까지 19회에 걸쳐 35시간동안 세월호 침몰해역 등을 비행했다.

감사원은 "(경찰이) 경찰항공운영 규정을 위배, 유사시 인명사고 등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한 상태로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수리온 도입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은 사실도 감사결과 드러났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경쟁입찰에 낙찰자가 없어 재공고입찰을 실시했음에도 낙찰자가 없는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나 최초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을 변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청은 2013년 182억원에 입찰공고를 내고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없이 197억원에 구입했다.

감사원은 경찰청에 "다목적헬기 등 경찰장비 도입사업 추진과정에서 장비 규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당초 공고한 추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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