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미·중·일 전문가가 바라본 동북아 정세

"9월 시진핑-김정은 만남, 상징성보다 내용이 중요"

2015-04-29 11:18:41 게재

스타인버그 "북핵, 장기적 안목 통해 해결할 수 있어" … 야마구치 "문화교류 등 정서적 접근이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

경색된 관계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남북, 한일, 북중. 이와 반대로 밀월을 과시하고 있는 한중, 미일, 북러.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동북아 정세에 대해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어떤 분석을 하고 있을까.

28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래넘 2015'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시라큐스대 미국 맥스웰스쿨 학장,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방위대 교수 등 미중일 전문가로부터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실마리'를 전해들었다.

◆북한문제, 장기적 접근 필요 = 미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은 압박 기조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의 현 대북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학장

스타인버그 학장은 "미국이 북 핵무기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상식적인 걸 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은 못했지만 내일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불리는 것에 대해 "미 정부 관료는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면서 "북한문제는 오래 걸리는 것이고 오늘의 노력이 쓸모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에 고개 숙인 것도 아니고, 북한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대북압박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북중관계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3년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후 오는 9월 중국 반파시즘·항일전승 70주년 행사를 계기로 양측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북중 정상간 회동도 이루어질 수 있다.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자칭궈 원장은 "중국 정부는 9월 행사에 이웃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할 계획이고 여기에는 북한도 포함된다"면서 "이번 행사에서 반파시즘 세력의 힘을 과시하고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기반으로 화해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제1비서와) 실제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징적인 것보다 내용이 있는 회의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 원장은 "북한은 핵 프로그램 관련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와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안보의 의무를 이행하면 중국은 북한을 돕기 위한 경제지원 등의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변국 과거사 우려 이해해야" = 현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미일정상회담을 갖고 29일 밤(한국시간)에는 미 의회 상하원합동연설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미일간 '신밀월'을 과시하며 아베 총리가 환영을 받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명확하게 '사죄'의 표현을 쓰지 않는 태도가 문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인버그 학장은 "구체적인 용어로 이것은 쓰고 저것은 안 쓰고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실제 그 국가의 행동과 언행이 과거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개인의 표현방식은 다르다"면서 "주변국이 가진 우려를 이해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2차대전후 일본이 이 지역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했고 일본이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동북아 지역에) 민주주의적이고 평화적인 사회를 만들었고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도 고려를 해야 한다"며 일본을 두둔했다.

경색돼 있는 한일관계 해소를 위해서는 문화 교류 등의 정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방위대 교수

일 육상자위대 중장 출신의 군사전문가인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방위대 교수는 "지금 한일관계가 거의 바닥을 쳤고 이제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변에 얘기하고 있다"면서 "일본인들은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인데 그런 점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아베 여사는 한국 문화, 드라마를 좋아해서 도쿄에서 열린 한류행사에 참석해 한국인들에게 환영을 받았다"면서 "정서적인 접근법이 작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마구치 교수는 "정치인이나 우파 쪽 발언으로 인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갈 수 있는 점도 (일본이)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방미 기간 이뤄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우려하는 한국의 시각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1996~1997년 한일 국방부간 한반도 유사시 관련 심도 있는 논의를 했었는데 명확한 것은 한국의 동의, 요청 하에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IB 가입에 대한 미중의 엇갈린 시각 = 최근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세력 다툼이 표출되고 있는 사안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와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엇갈린 인식은 미중 전문가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스타인버그 학장은 중국 주도 AIIB의 미국 가입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의도에 불확실한 점이 있다고 본다"면서 "중국 정책이 다소 모호한 게 있었고, 투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부정부패 우려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왜 새로운 국제금융기관이 필요하냐고 중국에 물을 수 있고, 중국은 기존 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고, 또 기존 기관을 상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 봉쇄가 아니라고 하는데 중국은 설득되지 않고, 또 중국은 미국을 서태평양 지역에서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 있게 얘기해야 한다"면서 "미중 서로간의 불신이 있는데 이를 먼저 해결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자 원장은 "중국은 미국의 AIIB 참여를 환영한다"면서 "미국은 국제금융기구와 관련된 가장 많은 경험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미국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의혹을 제기한 미국쪽에서 AIIB를 처음에 반대했고 다른 국가들도 가입하지 못하게 설득을 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중국의 AIIB 운용에 우려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정당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국제금융기구를 운영하면서 모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그러면 중국은 (국제사회를) 놀라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은 사드 불필요하다고 생각" =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두고는 더욱 첨예하게 갈렸다. 스타인버그 학장은 "미국은 한국에 대한 강력한 안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고. 북한의 역량을 보면서 미사일 역량과 거리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 우리도 한반도에 필요한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자 원장은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사드 배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한국 공격을 원한다면 굳이 미사일을 발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 원장은 "사드가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타격 목적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관점에서는 중국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어 중국의 공격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면서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중국의 2차 공격능력을 약화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자 원장은 "미국이 사드 운용과 관련해 세부정보를 더 제공해서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외행보가 갈수록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자 원장은 "중국 정부는 국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한다"면서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중국이 역할을 하기 바라고 있다"면서 "중국이 국제적 의무를 다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연재 보기]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