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 여름국수기획 - 서머누들로드 ②냉면 편

2015-07-07 07:57:07 게재

“냉면, 아니 랭면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들어보시라요”

냉면은 대개 어버이와 관련이 많다. 그래서 냉면, 이라고 부르는 순간 냉면은 에너지원이면서 끼니인 음식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감성의 음식이 된다. 그분들이 돌아가셨다면 냉면 육수 들이킬 때마다 가슴 한켠이 휑해지는 음식이 되고, 자꾸 본인 국수 둘둘 말아 내 그릇에 넣어주시던 애달픈 음식이 된다. 냉면은 실향민의 향수였고, 가난한 시절의 호사였다. 나 역시 황해도에 적을 두고 있는 외갓집 덕택에 무수히도 많은 냉면을 먹으며 자랐다. 그 냉면 이야기를 분당이라는 지역 테두리 안에서 풀어본다.

물냉면의 진리는 슴슴한 육수에 구수한 메밀 면, 평양냉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분당은 은근 맛의 불모지라 일컬어지지만, ‘평양냉면’에서만큼은 그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집들이 포진해 있다. 운중동 ‘능라’, 서현동 ‘평양면옥’, 정자동 ‘평가옥’, 그리고 얼마 전 정자동에 ‘봉피양’까지 분점을 냈다. 거기에 메밀 100% 면을 직접 뽑는다는 리북냉면집이 구미동에 새로 문을 열었다.
과하지 않은 육수가 구수한 메밀 면에 배어들어 맛은 물론이거니와 한 끼 제대로 된 건강한 식사를 했다는 느낌을 주는 평양냉면, 물론 ‘맛’이라는 것은 너무도 주관적이어서 조심스럽지만 여름이면 많은 이들의 발길을 향하게 만드는 곳들이다.

 
 

운중동 <능라>, 정자동 <평가옥>, <봉피양> 서현동 <평양면옥>
‘능라’는 식당에서 직접 특수 제작한 맷돌 방식의 제분기로 통메밀을 당일 사용할 만큼 제분하여 면을 뽑는다. 여기에 육수의 고기 맛이 너무 강하지도, 짜지도 않고, 참 무심한 듯 슴슴하니 면과 그냥 그대로 어우러진다. 타 지역에서 원정 올 정도의 명성을 실감케 하듯 <능라도>로 곧 확장 개장 예정.
‘평가옥’의 냉면은 다른 평양냉면들보다는 조금 멋을 부린 맛이다. 개인적으로 평양냉면 한 그릇 먹기보단 가족단위로 가서 어복쟁반 먹기를 추천하지만 분당에서 냉면집을 언급하면서 빼면 섭섭한 집이다. 3년 전 본관 신축 후 별관까지 확장했음에도 항상 주변이 혼잡할 정도로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는 곳인 ‘봉피양’은 돼지갈비와 평양냉면으로 유명하다. 위생을 감안해 방자 그릇을 사용한다. 본점에서 파는 100% 메밀 순면은 분당점에서는 팔지 않아 아쉽다. 가게 앞쪽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트인 공간이 있어 부산한 아이를 데리고 가도 묵직한 육수를 끝까지 음미할 수 있어 좋다.
가끔 장충동의 모 호텔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호사를 누리곤 했던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 필수 코스 중 하나는 장충동 평양면옥과 태극당 가는 것이었다. 서현동 평양면옥은 평양면옥 창업주 딸이 운영하는 곳으로 여름보다 겨울에 가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한겨울에 가면 더 대접받는 기분으로 먹기 때문이어서 일까.

상호명 위치 전화번호
능라 운중동 883-1 031-781-3989
평가옥 느티로51번길 9 031-786-1571
봉피양 정자일로 121 더샵스타파크 D-9호 031-719-9293
평양면옥 안골로 27  031-701-7752
리북냉면 구미동 29-1 더프라자 1층 031-711-6556

얇고 쫄깃한 면발과 새콤달콤 고명 얹은 비빔냉면의 강자, 함흥냉면
모름지기 함흥냉면은 쫄깃한 면발, 매콤달콤한 양념 그득 머금은 회나 편육, 그리고 육수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느냐가 맛의 핵심이다.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을 쓴다. 원래 함경도에서는 감자를 썼다는데 남쪽에서는 함경도에서 나던 큼지막한 감자가 흔치 않고 고구마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어 고구마 전분을 쓰게 되었다고.
면발의 탄력은 함흥냉면 맛의 첫 번째 필수요소이고 두 번째는 양념과 고명인데, 홍어나 가오리를 올리기도 하고 돼지고기나 소고기 편육을 올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고구마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무를 새콤달콤하게 절여서 곁들이면 완벽한 함흥냉면의 맛이 완성된다.

 

서현동 <강남면옥>, <조선면옥> 야탑동 <최고집 함흥냉면>

고깃집에서 고기 먹고 난 후의 입가심으로 냉면 한 젓가락씩 나눠 먹으면 가족 간의 사랑이 돈독해진다. 또 꼭 한여름이 아니어도 입맛 없을 때 회냉면 한 그릇 먹고 오면 그 또한 분당 사는 모녀의 맛있는 마실이 되곤 했다.
그렇게 다녔던 분당 함흥냉면집들이 바로 서현동 먹자촌 입구 ‘강남면옥’, 거기서 좀 더 들어가면 자리한 ‘조선면옥’과 수내동에서 살았던 관계로 자주는 못 갔지만 그래도 야탑동 먹자촌 ‘최고집’ 등 3년 이상 하기 힘들다는 요식업계에서 세 집 모두 분당에서 롱런하고 있다.

 

수내동 <조박사냉면> 운중동 <함관령>

3~4년 전부터 입맛이 변한 건지 내 몸을 흐르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황해도 피 때문인지 평양냉면을 편애했다. 그래서 함흥냉면집들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찾아가는 함흥냉면 전문점들이 있으니 수내동 금호상가 2층 조박사 함흥냉면과 최근에 생긴 함관령이 바로 그곳.
‘조박사 함흥냉면’은 종로4가의 유명한 함흥냉면집에서 30년간 주방장을 했던 조완영 대표가 직접 반죽하여 매장에서 뽑은 쫄깃한 면이 일품이다. 아들이 대를 이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조 대표의 부인이 매일 빚는 만두는 주문과 동시에 바로 쪄내 손님상에 올린다.
‘함관령’은 근방에서 찾기 힘든 함경도 음식 전문점이다. 유명하거나 오래된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새로 생긴 가게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는 최근에 생긴 집이다. ‘함관령’ 김기환 대표의 아버지 고향이 함경도로 그가 내는 음식 역시 ‘어버이’와 관련이 깊다. 과하지 않은 양념의 회냉면은 물론, 조밥을 넣어 잘 삭힌 가자미식해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이제는 성치 않은 이로 우물거리다 보면 고향 생각에 가슴 미어질 어르신들이 많을 듯하다.

상호명 위치 전화번호
조선면옥 새마을로 37  031-704-0086
강남면옥 서현동 77-6 031-781-3790
최고집함흥냉면 장미로100번길 14  031-708-8787
조박사함흥냉면 내정로165번길 38 금호상가2층 031-711-0609
함관령 운중동 883-4 031-8016-3335

평양이니 함흥이니 따지지 말고 일단 잡숴봐
냉면을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평양이냐 함흥이냐 지역에 따라, 메밀이냐 고구마전분이냐 칡이냐 밀이냐 면의 재료에 따라, 고명을 무엇을 올렸나에 따라 분류 기준은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비록 ‘랭면’은 아니지만 분당에서 입소문 난 색다른 ‘찬 국수’들을 소개한다.

  

정자동 <속초황태냉면> 수내동 <수내칡냉면> 야탑동 <짱가네>

오른쪽 왼쪽으로 비벼먹던 비빔면을 좋아하는 다수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양념 그득 머금은 푸짐한 황태와 면을 먹다 보면 혀끝이 알싸해진다. 이를 달래려 황태로 시원하게 낸 육수를 들이키다 보면 어느새 “사리 추가요”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신기한 곳, 정자동에 자리한 ‘속초황태냉면’이다.
칡으로 만들어 면발이 검은 ‘수내칡냉면’은 수내동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집으로 수내동과 정자동에 직영점을 가족이 운영한다. 한여름 살얼음 낀 육수 그대로 한 대접 해치우면 솜털까지 시원해지는 칡냉면과 분명 기름에 튀겼는데 담백하다 느껴질 정도의 탕수육을 함께 추천한다.
점심시간만 되면 길게 줄을 서는 야탑동의 ‘짱가네’는 사실 분식집이다. 취급하는 메뉴는 돈가스와 냉면 오로지 두 가지로 매운 맛의 강도로 구분해 판다. 인근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살짝 비켜가길 권한다.

상호명 위치 전화번호
속초황태냉면 정자동 61-1 031-718-2866
수내칡냉면 백현로101번길 16  031-716-1083
짱가네 야탑로75번길 9 금호프라자  031-781-9964

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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