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이스피싱, 조직폭력 범죄로 처벌"

2015-07-09 11:05:47 게재

형량 2배로 늘 듯 … 범죄수익금 해외유출 차단도

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조직폭력범죄에 준하는 '범죄단체'로 처벌할 방침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최근 조직화·지능화하는 전화금융사기에 대해 '범죄단체'로 처벌하는 방안을 포함해 조직의 뿌리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의 방침대로 '범죄단체'로 처벌하면 형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강신명 청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는 형법상 사기에 해당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범죄로 인한 수익금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수익금이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은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형이 가중된다.

현행 형법에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활동하면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사기죄이므로 범죄정도에 따라 4년형을 받았다면, 범죄단체 가입·활동죄까지 적용돼 사기죄에 따른 4년형이 추가돼 모두 8년형을 받게 된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주로 중국에 있는 '콜센터'와 국내의 '통장모집책', '인출책' 등 수십여명 한 팀을 이뤄 실행되는 '조직범죄'가 맞지만, 그동안 '범죄단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내 콜센터와 국내 인출책, 통장모집책 등이 점조직으로 구성된 탓에 조폭수사처럼 '계보'를 그려가며 일망타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경찰은 판례상 범죄단체의 요건이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성과 어느 정도 시간적 계속성 △역할 분담 △내부질서 유지체계 △내부질서 유지 행위 △목적한 범죄 수행 등이므로 보이스피싱 범죄 역시 범죄단체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할 때 사기죄뿐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게 단체성을 입증할 증거 자료도 철저히 수집하기로 했다.

또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범죄수익금이 국외유출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하반기에 환전소를 이용한 '불법 환치기 100일 특별단속'을 벌인다.

경찰은 5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환치기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4건에 242억9313만원을 적발했다.

보이스피싱은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송금책이 대부분 국내 환전소를 통해 중국 총책에게 범죄수익금을 보낸다.

보이스피싱 송금책이 한화로 된 범죄수익금을 환전소 업자에게 주면 환전업자는 그 금액만큼 자신의 중국계좌에서 위안화로 중국 총책의 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돈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 송금과 같은 결과가 난다.

환전 절차없이 '화폐를 바꿔친다'는 뜻에서 환치기라고 한다.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지급하는 불법 외환거래 방식이다.

금융기관을 이용한 정상적인 외환송금이 아닌 환치기를 하는 이유는 송금자의 인적사항이나 송금사유를 밝힐 필요가 없고 송금 소요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은행을 통하면 2~3일 걸리지만 환전소를 통하면 즉시 송금이 가능하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할 때 송금책이 이용하는 환전소도 함께 수사해 불법 환치기 행위를 단속할 방침이다. 환치기로 인한 국부유출은 그 규모가 연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시흥시, 서울 금천구 등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환전소를 위주로 불법 환치기 관련한 첩보수집 활동도 벌인다.

경찰은 불법 환치기를 하다 적발된 환전소는 한국은행에 통보해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 등 행정제재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강 청장은 또 "범죄의 숙주 역할을 하는 명의도용 물건(대포 물건)에 대해서도 단속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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