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행복, 경제학의 혁명

'행복 후진국' 한국에 유용한 행복 리포트

2015-07-24 10:40:13 게재
브루노 S.프라이 지음 / 유정식 홍훈 박종현 옮김 / 부키 / 1만8000원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감 순위가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연구결과를 보며 '한국에서 나만 불행한 게 아니었군'이라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혹자는 아마 궁금해질 것이다. 왜 한국 사람들의 행복감은 낮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행복감이 높은지 말이다. 행복경제학의 대가 브루노 S. 프라이가 쓴 신간 '행복, 경제학의 혁명'은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만한 책이다.

프라이의 행복 접근법은 '왜'를 묻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어떻게(how) 행복해질까'를 묻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프라이는 어떻게를 묻는 순간 도구적 결과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소득이나 지위같은 요인이 어떻게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결과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은 행복감을 설명할 때 적절하지 않다. 소득이나 외모, 지위같은 외재적 가치는 단기적으로는 만족감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처음만큼의 만족감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롭게 변한 자신의 지위 등에 빠르게 적응해 그에 따른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원래 행복수준으로 회귀해 또다른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이는 특히 남들 시선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위 '적응과 열망'의 사이클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우월한 외모나 성적, 연봉, 지위를 얻기 위해 끊임없는 다이어트와 성형을 하고, 가족들을 포기한 채 더 많이 일해 원하던 것을 얻었더라도 만족감은 잠깐이다. 곧 남들과 비교하며 또다시 불행해지는 류의 사람이 한국사회에는 많다는 뜻이다.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어떻게 보다는 왜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가 '행복의 이유'를 TV시청부터 실업, 인플레이션 같은 거시적인 부분에 걸쳐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절차적 효용'과 '비물질적 가치'가 행복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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