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다음달 열릴 제2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남중국해 최대쟁점 부상

방미 앞둔 시진핑, 남중국해 '강경 대응' 지속하나

2015-07-29 11:14:20 게재

'일대일로' 위해 아세안 협력 필요 … '영토문제' 대응 딜레마

다음달 5~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2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지역안보 및 정세 논의의 장인 ARF에서 올해 최대 이슈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간의 영토분쟁 사안인 '남중국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이례적으로 강경 입장 밝혀 = 남중국해 갈등은 해묵은 사안이지만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 위치한 남사군도에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이 문제가 재점화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중국명 난사군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에 활주로와 항만을 갖춘 인공섬을 건설해왔으며 이곳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미스치프 환초에서도 대규모 준설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4월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은 중국의 영유권 강화를 막기 위해 아세안이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응보다는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수칙'(COC)을 조기 제정하도록 노력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각국의 우려를 담아 정상회의 성명으로 내놓았다.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간척공사에 대해 일부 정상이 표명한 깊은 우려에 공감한다"며 "이런 공사는 평화와 안보,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세안 국가들 입장이 내부적으로 갈라져 있기는 하지만 지난 4월 정상회의에서 유례없이 강경한 내용의 의장성명을 내서 이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 동남아 대리한 미국과 설전 =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한국, 호주, 인도 등 27개국이 참여하는 ARF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이미 미중의 대립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모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간척 사업이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돼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해 말했다.

카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남중국해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항해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면서 "남중국해에서 자국이 행하고 있는 활동이 정당한 주권 행사"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지 없이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역사와 법리,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주권과 권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이간질해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9월 방미, 아세안 협력'도 고려대상 = 미중의 팽팽한 대결이 ARF에서도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응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토 문제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힘든 만큼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미국과 '격전'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9월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에 가는데 이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싶진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이 의외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 역시 방미 전 정지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이 미국과 얼굴을 붉힐 만큼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육상 실크로드 및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 전략)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아세안과 갈등 상황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올해 ARF에서는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중국이 대립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로 인해 한국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한국도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력이나 협박에 의해서 현상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미국측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히기 원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초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 문제에 대해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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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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