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수출입은행 | ① 조선업 부실에 동반 침몰

대출기업 잇단 부실로 '건전성 악화'

2015-07-31 11:33:39 게재

BIS비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 금감원, 자산건전성·여신시스템 집중검사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내달말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의 이번 종합검사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가 드러나기 이전에 계획된 것으로 성동조선해양과 경남기업, SPP조선 등 수출입은행이 대출해준 기업들에 잇따라 부실이 발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 대부분이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장기적인 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여신시스템을 집중 검사할 예정이다. 감사원도 감사 착수가 확정되면 수출입은행의 개별 여신을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


◆성동조선에 대우조선 문제까지 덮쳐 =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선박이나 대규모 플랜트 등 중장기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업체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선업의 불황과 함께 부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증자와 자금지원 등을 진행하면 유동성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적자가 났다고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대출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수출입은행에 직접적인 손실은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대우조선해양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외부의 우려와 달리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 위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위험뿐만 아니라 성동조선해양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어 가중되는 위험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지난 5월말 3000억원을 단독으로 지원하는 등 약 1조5000억원 가량을 대출해줬다. 다른 채권기관들은 회생 계획이 불투명하다며 추가 지원을 거부했고 대주주인 수출입은행만 남게 된 것이다. 기존 채권과 함께 추가 지원된 자금은 언제 얼마나 회수가 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실제로 회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실사를 거쳐 성동조선을 위탁경영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중공업 역시 2분기에 1조548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만큼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맡게되더라도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1000억~2000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 투입을 예상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밖에도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에 1조2000억원, SPP조선에 9000억원, 대선조선에 4800억원을 대출해줬다. 특혜대출 의혹이 일었던 경남기업에도 2012년과 2013년 대출액이 급증해 대출·보증 규모가 5210억원에 달했다.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BIS비율 높이려면 국민 혈세 투입 불가피 = 대출해준 기업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수출입은행이 대출했다가 받지 못하는 부실 여신은 급증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의 1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이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을 말한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51%에서 2.02%로 높아졌다. 2008년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2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10.3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반은행 평균인 14.73%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금감원은 BIS비율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2014년 기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수출입은행만 B등급을 받았다. S등급이 가장 높고 A등급, B등급으로 순위가 나뉘는데 산업·기업은행은 A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수출입은행 긴급지원에 나섰다. 1000억원 가량의 수출입은행 출자를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켰다. 본예산에 포함된 400억원을 더하면 1400억원 규모지만 BIS비율을 개선하는데는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250억원이 삭감됐다.

정부는 국가 현물 자산을 매각해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출자 규모를 협의 중인데 수출입은행 여신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해왔고 장기간에 걸쳐 나가는 대출이 많아서 앞으로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에 들어가는 정부의 출자금은 결국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정부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보증을 외면할 때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임무가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출해준 기업의 부실을 파악할 정도의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책금융기관들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몇몇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특혜성 지원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책은행들의 역할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해준 기업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이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정책금융기관들이 외부의 압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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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수출입은행 감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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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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