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담합업체에 면죄부 주나, 비판론 거세

2015-08-07 10:37:35 게재

정부, 8·15특사에 담합기업 포함 저울질 … 담합으로 혈세 도둑질, 입찰제한 풀면 또 담합

입찰담합에 연루된 건설업체들의 특별사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법무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8·15 특별사면에 공공입찰 참여 제한 건설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최종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설협회 등의 의견을 정치권에서 수용하고 청와대가 이를 반영하는 수순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조달청에 공공입찰 제한 건설사 현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4월30일 낙동강 구미 해평취수장 아래에서 진행중인 불법준설 장면. 이 직후 구미시 취수용 보가 붕괴돼 구미시 단수사태가 터졌다.


경실련은 "입찰담합은 시장경제구조를 붕괴시키는 해악 중의 하나"라며 "담합카르텔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입찰 제한 규정 등을 두고 있는데 이를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국내 건설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2006년·2012년 사면에도 또 담합 = 입찰담합에 가담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뿐 아니라 법인의 사법처리와 함께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받는다.

건설업체들은 수십~수백억의 과징금보다 6개월~2년간 입찰 제한 규정에 반발하고 있다. 모든 공공 공사를 못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영업정지다. 건설업계가 입찰 제한 조치에 대한 특별사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담합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8·15특사에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입찰담합 6개 대형업체들(대림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을 사면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사면 이후 4대강 공사 등에서 다시 담합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특별사면으로 기업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 때 "여러번 반복해서 담합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벌점을 누적하도록 돼 있는데, 정권마다 특별사면을 했다"며 "공정위가 (담합 기업에 대해) 처벌과 감면(특별사면)을 동시에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사대금 20% 담합으로 도둑질 =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1조원규모 공공공사에서 시공사들의 담합으로 낙착률이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경쟁입찰 낙착률이 70%선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세금 2000억원을 손해본 셈이다.

공정위는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십억원의 과징금보다 담합을 통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다시 입찰 담합을 위해 뭉친다.

공정위는 올해 1월~7월까지 총 30건의 입찰 담합을 적발, 44개 건설사에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4대강 건설사업과 경인운하사업,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등의 담합사건에 연루됐다.

사면 실효성 없어 = 입찰제한 제재를 받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특별사면은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 대부분에 대해 또 다른 담합 의혹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면을 받더라도 다른 담합사건으로 입찰제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면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담합 업체의 입찰제한 제재를 풀어주는 사면이 이번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업계에서도 현재 진행중인 조사 결과를 포함해 전체를 사면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에 따르면 현재 78개 건설사가 담합 등으로 인한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공공입찰 제한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법원에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 등 관련 소송을 통해 실제 입찰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담합으로 처벌된 건설사들이 실제 공공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월 특별사면을 통해 부정당업자 처분을 받아 공공입찰이 제한됐던 68개 건설사에 대한 제재를 풀어줬다. 2011년 12월 받았던 처분을 한 달 만에 사면해주면서 건설사들의 실질적 피해는 없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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