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숙 국립여성사전시관장

"여성도 독립운동 치열하게 했다"

2015-08-10 10:21:24 게재

대한독립여자선언서 전 세계에 알릴 터

"2013년 대한독립여자선언서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1919년 2월 중국 만주 길림에서 여성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을 선언한 것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세계적으로 식민지배 하에 있는 여성들이 민족의 자유와 국가의 독립을 선언한 일이 문건으로 발굴된 경우는 드물어요. 그만큼 의미가 깊고, 가치 있는 문건이죠."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성숙 (54)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은 '독립을 향한 여성 영웅들의 행진' 전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독립을 향한 여성 영웅들의 행진'은 여성독립운동가 특별 기획전으로 12일부터 23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역사발전에 기여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업적과 활동을 조명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의 핵심 콘텐츠인 대한독립여자선언서의 원본은 198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인 안수산 씨의 미국 자택에서 발견됐다. '슬프고 억울하다. 우리 대한 동포시여'로 시작되는 이 선언서는 독립운동에서 여성의 대등한 참여를 독려,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 3 ·1운동을 전후로 하여 국내외에 선포된 독립선언서는 발견된 것만 20여 종에 이르지만, 여성이 주동이 되어 지은 독립선언서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가 처음이다.

이 관장은 "여성독립운동가들 중 네 분이 살아계신데, 이 분들의 손도장이 찍힌 '다시 보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남성 못지않게 치열했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항일투쟁 역사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잊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여성들이 후방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장 투쟁에 참여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일제 관공서에 폭탄을 투척(임신부의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투척한 안경신 선생 등)하거나 조선 의용군 광복군에 입대한 여성 등 우리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그는 '여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여성사가 단순히 한 쪽 성(性)만을 위한 역사라고 여기는, 편협한 시각을 경계했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에 대해 말할 때 흔히 세종대왕만 부각합니다. 하지만 한글이 한자를 누르고 전 국민들이 쓸 수 있게 된 데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 등 여성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죠. 이러한 숨겨진 사실 속에서 우리는 그 시대의 또 다른 삶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가 놓친 틈새에서 더 큰 보물이 발굴될 수 있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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