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부처님의 부자수업

부처님 말씀으로 쓴 '잘 벌고 잘 쓰는 법'

2015-09-25 08:56:07 게재
윤성식 지음 / 불광출판사 / 1만5000원

"지금도 내가 욕심을 떼어내지 못하는 것이 다기(茶器)류 일거야. 책에 대한 욕심도 극복했고, 또 그 밖의 다른 건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데 다기에 대한 소유 관념은 아직도 내가 청산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 언젠가 그것도 아마 청산이 될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롯이 실천하며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법정스님의 생전 고백이다. 스님이 소유욕을 떨쳐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물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이기에 스님의 마음을 붙잡았을까. 하지만 그 물건은 그저 보통의 '다기'였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찻잔 하나가 스님이 갖고자 한 전부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스님은 그 흔한 찻잔에 대한 자그만 욕심마저도 못내 부끄러워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찻잔 하나도 소유하지 말라는, '온전한 무소유'인 때문일까?

흔히들 불교를 무소유의 종교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부처는 출가자와 재가자의 삶을 달리 보았다. 출가자에게는 무소유 정신을 바탕으로 금욕적 생활을 요구했지만 재가자에게는 돈을 잘 벌어 잘 쓰라고 외려 축재(蓄財)를 설파했다. 무소유의 불교는 출가자의 삶에만 초점이 맞춰진, 반쪽이다. 부처님은 "죽음의 고통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벌이 온갖 꽃을 채집하듯이 밤낮으로 재물을 얻으라'고 했다. 가난하게 살면 큰 고통이 따를 뿐 아니라 때로는 죄악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부처님의 부자수업'은 '잘 벌고 잘 쓰는 법'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오늘의 이야기로 풀어놓은 책이다. 스스로 '평생 돈에 대해 공부해왔다'는 경제학자이며 불교학자인 저자 윤성식 교수는 "돈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은 매우 논리적이고 실용적이며 정직한 조언"이라고 했다. 그는 독자를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고 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돈과 욕망의 속성을 제대로 보고 돈과 세상에 속지 않는 여실지견(如實知見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본다)의 안목을 기르도록 안내한다. '부처님의 부자 수업'은 바로 부처님편 '돈으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는 길'이다.

"어떤 법을 괴로움이라 하느냐, 이른바 빈궁이다. 어떤 괴로움이 가장 크겠는가, 이른바 빈궁의 괴로움이다. 죽는 괴로움과 가난한 괴로움 두 가지가 모두 다름이 없으나, 차라리 죽는 괴로움 받을지언정 빈궁하게 살지 않으리"(금색왕경)

부처님은 이처럼 삶의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이 가난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재물을 현재에 가지면 한량없는 복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젊어서 도를 닦지 않고 재산도 모으지 못하면 빈 못을 속절없이 지키는 늙은 따오기처럼 쓸쓸히 죽는다'고 했을 정도다. 부처님이 '밤낮으로 재물을 얻어' 빈궁으로부터 벗어나 안락한 삶을 살라고 한 것은 그런 연유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많은 이들이 돈과 행복은 무관하며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빈궁한 삶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과 행복에 관한 편견을 깨고 돈과 욕망 앞에서 정직해져야 한다. 그래서인가. 2600여 년 전인데도 부처님이 제시한 돈 버는 비결은 매우 현실적이다. 부처님은 '소득의 4분의 1은 남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창출하라'고 했는가 하면 '세집을 놓아 이익을 구하라'고도 했다. 요즘의 사채업, 임대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그 현실감각이 놀랍다.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쓸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부처님은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거이 스스로 쓰고,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돕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오. 때때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하라'고 했다. 자기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먼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지출을 중요시했다. 전제는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다. 철학을 굳건하게 하는 요소는 수행이다. 저자는 "수행을 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때, 비로소 철학에 근거한 돈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부유층에게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발적인 사회 기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한다"며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 강조한 것은 바로 '철학에 근거한 돈의 사용'이 중요하다고 본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풍요롭고 안락한 불교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찌 해야 할까. 우선 나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 빈곤층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라도' 돈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중산층은 '자칫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단순 소박한 삶을 살며 사회의 균형을 잡는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처님의 삶, 가치를 추구하는 삶, 중도의 삶을 추구하라고 저자는 조언했다.

개인도 변화해야 하지만 세상도 변화해야 한다. 국민소득은 많아졌다지만 대다수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부자는 갈수록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은 점점 더 가난에 찌들어가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이 사회문제화한지 오래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절망적이고 불공정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은 부처님이 말씀한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다. 경제공동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와 국가의 역할과 책임 중요한 이유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정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국민이 큰소리를 내야 정치가 바뀐다'고 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더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으니 정치에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실 정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참, 법정스님은 그토록 애착하며 소유하고 싶어 했던 다기를 어떻게 했을까. 입적하기 전에 40년 지기 화가 백영수 부부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스님은 제 것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주고 떠났다.

어경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