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대전전통식품제조산업진흥회 주용순 회장/종부의 손맛에 과학을 더했다

2015-10-01 21:59:03 게재

전통식품 제조업 모여 우리 맛 알리기 힘써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음식과 발효음식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전통장류와 장아찌 생산업체인 (주)선숙의 주용순(65) 대표는 발효식품 전문가다. 대전전통식품제조산업진흥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전통식품 각 분야의 장인들 모여
대전전통식품제조산업진흥회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식품 제조에 힘쓰고 있는 대전지역 기업들의 모임이다. 대전지역 전통식품 중소제조기업 대표들이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교류활동을 통해 경영, 기술개발, 협업화사업 등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2013년 12월 창립했다.
국내에서 전통식품으로 지정된 품목은 14개 유형에 모두 43가지 품목이다. 대전에는 12개 품목 21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주 회장이 운영하는 (주)선숙과 석이주조, 서판석 수제명과, 구인당, 소산원, 성진블루베리한과, 햇잎갈비, 대성식품, 복덕빵, 가화식품, 대림종합식품, 신탄진주조, 알곡떡, 금중탑골농원 등이다.
전통식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진흥회는 전통식품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광역시장 공로패를 수상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을 받은 식자재 산지페어를 진행해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짜지 않고 삼삼한 전통장과 장아찌
주 회장의 고향은 충북 보은이다. 초계 주씨 11대 종부인 어머니는 보은의 대농이며 향교의 교조였던 할아버지의 숱한 손님을 치러내며 음식솜씨를 자랑했다. 주 회장은 어머니가 해마다 장 담그기부터 마당의 과실나무를 이용해 과일주를 담그고, 조청을 고아내 유과를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갈무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자랐다.
결혼 후 대전에 정착한 주 회장은 미생물을 연구한 남편의 사업을 도우면서 미생물이 발효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발효음식에 관한 깊이 있는 과학적 이해를 다졌다. 주 회장은 곡물발효를 통한 유용성미생물 효소균제를 생산하던 기술을 어머니의 비법 전통장에 적용하는 독자적 기술을 획득해 (주)선숙의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충청도의 향토장인 점장과 홍삼고추장에 대한 제조방법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주)선숙의 전통장류와 장아찌는 인공감미료와 화학조미료를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천연효소로 맛을 냈다. 짜지 않고 삼삼한 맛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고 홈쇼핑 조기 완판 기록으로도 유명하다.
어머니의 솜씨에 미생물 발효기술이 더해져 전통기능성식품으로 태어난 (주)선숙의 장류와 장아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모든 장류 제품은 전통방식 그대로 숨 쉬는 옹기 항아리에서 발효한다. 작업장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된 수십 개의 옹기 항아리에는 각종 장들과 효소의 이름과 담근 날짜가 표시되어있다. 항아리에서 발효를 거친 효소는 장아찌에 쓰인다. 또한 장아찌에 사용되는 농산물은 대청호 수질보호구역의 작목반과 직접 계약 재배한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비롯해 100% 순수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한다.

천연 미네랄 풍부한 해양심층수소금 사용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위해요소중점관리 기준 식약청 해썹(HSACCP) 지정을 받았다. 물과 소금도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해양심층수와 해양심층수소금을 사용한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미터 이상에서 흐르는 깊은 바다의 해수로서 미네랄 밸런스가 인체의 체액과 가장 가까운 물이다. 영양 염류나 천연 미네랄 등 다량의 무기질이 함유되어있으며 연중 섭씨 2도 이하로 유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안에서 취수되며 (주)선숙은 울릉도 인근 1500미터 해저에서 취수된 해양심층수와 해양심층수소금을 전통장류와 장아찌에 사용한다.
주 회장이 특히 애정을 갖는 제품은 ‘점장’이다. ‘점장’은 즙장, 집장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며 된장과 달리 간장을 빼지 않고 발효시간이 짧다. ‘점장’은 충청도 토속장으로 밀, 보리, 콩을 주원료로 한다. 구수하고 달콤한 맛으로 끓이지 않고 생으로만 먹으며 효모가 많아 생식이나 쌈장으로 먹고 야채샐러드의 드레싱에도 이용할 수 있다.
주 회장은 “선숙의 선(仙)에는 ‘최고의 먹거리를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내 가족을 신선처럼 생각한다’는 뜻이 담겨있다”며 “전통 발효식품인 장과 장아찌를 짜지 않게 만들었다. 사라져 가는 건강한 전통음식을 젊은 사람들도 즐기면서 우리의 맛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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