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양화나루서 '근대사 뱃놀이' 즐긴다

2015-10-02 10:27:35 게재

마포구, 잠두봉·선교사묘원 연계 문화상품

홍대앞 클럽·유흥문화에 역사문화 덧입혀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네요. 그간 개발을 지나치게 했나 봐요. 옛날 경관을 보니 아쉽네요."

서울 마포구 서강동에 사는 송부순(46)씨. 최근 지역의 숨은 명소가 눈에 들어오면서 아쉬움이 커졌다. 이국적 분위기의 선교사묘역에 일반인들에게는 문을 열지 않던 잠두봉과 선유도 선착장에 발을 디뎠고 말로만 듣던 람사르 습지 밤섬 풍경을 지척에서 즐겼다. 송씨는 "마포에 살지만 동네 역사나 유래를 잘 몰랐는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구가 양화진과 잠두봉 일대 사적지를 기반으로 한 역사문화체험과정을 마련했다. 근대사 뱃놀이에 나선 시민들이 잠두봉선착장에서 유람선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마포구 제공


마포구가 옛 양화나루 인근 천주교 성지와 개발 이전 한강 역사·문화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출시, 눈길을 끈다. 사적 399호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을 중심으로 절두산 순교성지,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원 유적 답사와 선유도 일대 한강을 유람선으로 둘러보는 역사문화 체험과정이다. 지난해 관광활성화 용역에서 성지나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이 홍대를 중심으로 한 클럽·유흥문화에 가려졌다는 결과를 얻고 올해 한강변으로 눈길을 돌린 참이다.

'양화진 근대사 탐방 - 뱃길을 열다' 출발점은 절두산 성지와 외국인 선교사 묘원. 김대건 신부상과 다섯명 성인을 새긴 오성바위, 성지 내 척화비를 둘러보거나 양화진과 선교사 묘원 역사를 훑은 뒤 먼 이국땅에서 목숨을 잃은 선교사 묘역을 답사하는 두가지 코스다. 역사탐방 이후에는 잠두봉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당인리발전소를 지나 밤섬까지 올라갔다가 선유도를 둘러보는 뱃놀이 시간이다. 유람선에서 틀어주는 옛 유행가 '마포종점'과 동요 '엄마야 누나야'는 덤이다.

전통 복장을 한 뱃길 해설사가 '조선시대 한강 유람 명승지의 재발견'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설명을 들려준다. 누에 머리를 닮은 봉우리 잠두봉이 병인박해때 천주교 신자들 처형을 계기로 절두산으로 바뀌고 1968년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석재를 공급하기 위해 폭파된 밤섬 사연이 서글프다.

선유봉과 잠두봉을 담은 조선시대 그림부터 마포나루 빨래터와 강변 고기잡이, 지금은 양화대교로 개명한 제2한강교 건설 당시 사진 등을 통해 아련한 지역 옛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차유진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 연구원은 "선유봉은 조선시대 유람 명승지로 중국 사신들도 둘러보기 원했던 곳"이라며 "뱃길과 함께 잠두봉·선유도 선착장을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2시간 50분 가량 소요되는 짧지 않은 여행이지만 상반기에 진행한 아홉차례 뱃놀이에만 가족단위 탐방객 등 465명이 참여했다. 주제에 대한 만족도가 94%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지난 9월 2일 뱃길을 다시 열었다. 10월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배를 띄우는데 특히 21일에는 상반기에 뱃길 답사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주민 14명 가운데 2명이 탐방객을 안내한다. 이한동 서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우리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강과 지역 명소를 아우르는 답사여행이 정례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뱃길탐방을 계기로 절두산 순교성지와 선교사 묘역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고 한강과 양화나루의 관광 가치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11월쯤 상·하반기 탐방 결과를 엮어 구 문화유산 안내 책자를 출간하는 게 우선. 2019년이면 문화창작소로 탈바꿈할 당인리발전소까지 엮어 역사 관광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복합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장기 구상도 있다. 외부 전문 인력이 담당하는 길 안내를 해설사 교육을 마친 주민들이 맡게 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양화나루와 잠두봉 일대, 한강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다른 관광지와 차별성을 띤 역사문화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02-719-1495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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