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무전기 뺀채 TICN(전술정보통신체계)양산' 숨겨

2015-10-13 11:04:13 게재

무전기는 군요구성능(ROC) 변경한 후 시험평가중 … "2017년 2차 양산부터 적용"

사상 초유의 사업자 선정 번복으로 파행을 겪었던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이 핵심품목인 무전기를 뺀 채 초도양산에 들어간다. 방사청은 무전기에 대해 1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 통달거리 등 군 요구성능(ROC)을 변경해 아직도 시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고 발표하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12일 "다기능·다대역 무전기(TMMR, 전투무선체계)는 미흡한 사항을 개선해 현재 운용시험평가를 하고 있으며, 2017년 2차양산부터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무전기 대역폭에 따라 통달거리가 달라지는 것에 대한 ROC 변경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작전지역이 네배(30km×70km → 60km×120km) 가까이 늘어나는 미래군단의 핵심전력인 TICN 구축은 5조4000억원을 투자, 음성 위주의 아날로그 방식의 스파이더 체계를 대용량 정보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방식의 전술통신체계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6개의 부체계로 구성된 TICN은 망관리·교환접속체계, 소용량무선전송체계, 전술이동통신체계, 보안관제체계 등 4개 부문은 한화탈레스, 대용량무선전송체계는 휴니드테크놀로지가 개발했다. 문제의 다기능·다대역 무전기를 만드는 TMMR 사업은 LIG넥스원이 맡고 있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TICN의 6개 부체계 가운데 가장 핵심사업인 TMMR에 대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개발시험평가(DT)를 실시한 결과, 무려 1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기술적 보완이 어려운 통달거리 등 4개 항목에 대해 ROC 변경을 합참이 승인, 현재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통달거리가 축소돼 작전지역이 대폭 확대된 미래군단의 작전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방사청은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12일 열린 방추위에서 "올 6월까지 ADD 주관으로 개발돼 야전운용시험 결과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서 "향후 8년간 전군에 전력화 예정으로 2016년까지 4세트를 초도생산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사청은 무전기를 뺀 채 초도생산하게 됐다는 사실은 공표하지 않아, TICN사업의 파행을 은페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TICN은 최초 탐색개발단계에서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하려고 계획했으나, 4년이나 지연되고 있다.

특히 문제의 TMMR은 지난 2009년 사업자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어, 이명박 정부의 실세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방사청은 그해 10월 한화탈레스를 체계개발업체로 선정했던 평가를 무효화한데 이어, 두달 뒤 재평가를 통해 LIG넥스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평가 과정에서 비밀스런 심사정보가 LIG넥스원 직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불법 유출돼 수사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군 검찰은 결국 비리 커넥션의 물증을 쥐고도 실체를 파헤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0년 4월과 7월 잇따라 "방사청은 재평가에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큰 하자가 있어 이를 근거로 대상업체 선정 등의 입찰절차를 진행하면 안된다"고 한화탈레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두달 뒤 한화탈레스가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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