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의미

지주사 전환 대신 현 지배구조 유지에 '방점'

2015-11-02 10:31:57 게재

소각이 핵심

"주주친화정책"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의미는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보다는 현 지배구조를 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지주회사 전환과 관계가 없는 것이고 현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계와 학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단초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봐왔다.

인적분할 뒤 신설회사도 자사주 보유 비율이 분할 전 삼성전자와 같기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친족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즉시 처분한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서 이러한 추정을 불식시켰다. 자사주를 매입 즉시 소각하게 되면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신설회사의 자사주 비중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동안 삼성은 계열사간 합병 등으로 상당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왔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다소 올라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29일 11조3000억원의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을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우선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000억원으로 결의하고 10월 30일부터 3개월 동안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1차에 매입할 주식물량은 보통주의 경우 전체 1.5%, 우선주는 5.4%에 해당한다.

삼성은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은 '주주친화정책'의 하나일 뿐, 기존 주주 지분율 상승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삼성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회사 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한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향후 주당 배당금의 증가효과가 커지며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3년 동안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배당에 중점을 두고 잔여재원 발생시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

박 교수는 "삼성이 현 출자구조를 유지할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도 그대로"라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분리되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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