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신뢰 만들어내는 장치"

2015-11-09 11:22:07 게재

영 이코노미스트지 특집

정부·중앙은행 위축될듯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31일자 커버스토리로 블록체인을 다뤘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록체인이 '신뢰를 만들어내는 장치'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의 핵심 중 하나로 부상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악평에 가렸던 블록체인 기술 '재조명' = 블록체인 기술은 반짝 주목받다가 잊혀진 비트코인의 원천기술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컴퓨터 시스템상에서 자동적으로 발행돼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개입 없이 개인과 개인이 주고받을 수 있는 화폐다.

일부 매니아층은 있지만 비트코인이 제대로 확산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최근에는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점 △채굴(비트코인 발행을 위한 참가자들의 노력)을 위해 전기 및 연산능력 등의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 △채굴이 일부 계층에 의해 주도돼 조작가능성이 있다는 점 △결제처리 가능 건수가 초당 최대 7건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다.

비트코인의 '악평'에 가려 평가절하됐던 비트코인의 원천기술 블록체인 기술은 최근 들어 재조명받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각 참가자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있는 장부로 개별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있다.

블록체인기술은 '신뢰'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은행 등 제3의 신뢰할 수 있는 중개기관이 있어야 전자거래가 가능했지만 비트코인 거래시에는 블록체인기술이 조작이나 부정사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 신뢰를 제공한다. 중앙집중적인 전산망을 전제로 한 기존 금융거래의 틀을 깨는 발상에 주목하는 신생기업들이 생기면서 블록체인기술 활용도 날로 넒어지고 있다.

대안적 블록체인 기술에 대형IB 주목 =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과 비트코인과는 별개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중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후자 쪽이다. 기존 비트코인과 상관 없이 거래참여자가 개별장부를 가지고 관리한다는 개념을 활용하되 거래에 필요한 신뢰는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 쪽이다. 이들 은행들은 금융기관간 거래시 중앙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이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산원장 방식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더리움사는 분산원장 방식을 이용해 정보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호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렌터카 사업의 경우에도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사전에 프로그램된 규칙에 따라 대금, 연료비, 수리비 정산 등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하고 수학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새로운 기록관리 방식의 출현이라는 측면에서 개인 및 기업이 협력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은행, 중앙청산소, 정부기관 등 신뢰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던 기관들은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올라 =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관심을 받으면서 관심에서 잊혀진 듯했던 비트코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 데이터업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거래가격은 지난 1월보다 50% 이상 상승한 404.5달러를 기록했다.

금융가의 주목도도 높다. 웨드부시증권은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세계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년 이내에 6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또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몇 년간 현재의 금융 인프라를 뒤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문업체 매지스터 어드바이저스는 비트코인이 15년 안에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업체는 세계 100대 금융기관이 앞으로 2년 동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10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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