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 드론

택배에서 구조까지… 전 세계 '드론' 열기 후끈

2015-11-11 10:43:10 게재

세계시장 지난 10년간 매년 20% 성장

미·중 세계적 기업들 시장선점 경쟁 치열

한국, 기술력 높지만 활용도 매우 낮아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올해 박람회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전시장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6500㎡ 규모의 거대한 드론(무인비행기) 전시장이었다. 이곳에선 DJI, 스콰드론, 트레이스 등 16개의 세계적인 드론업체에서 생산한 다양한 드론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존재감 없던 드론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 세계에 '드론' 광풍이 불고 있다.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원래 군사용이었던 드론을 민간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드론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물류업계다. 세계 최대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 12월 '프라임에어'라는 미래형 배송시스템을 공개했다. 직원 대신 드론으로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드론을 이용해 5파운드 미만의 소형 화물을 운송센터에서 10~20km 반경 안에 있는 짧은 거리에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독일의 세계적인 운송회사 DHL도 열심이다. 지난해 9월 파셀콥터라는 배송용 드론으로 독일 북부 항구에서 12㎞ 떨어진 북해 위스트섬에 의약품을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아마존 등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세계적 유통기업 월마트도 드론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드론을 통해 과거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계산이다. 월마트는 지난달 말 FAA에 야외에서의 드론운항 승인을 요청했다.

이미 실내 시험을 마친 월마트는 FAA 승인이 나는대로 곧바로 외부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월마트는 물품 운송은 물론, 유통 센터, 온라인 주문을 위한 창고 및 매장 관리에도 드론을 활용할 방침이다.

IT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글은 올해 초 FAA 승인을 받아 드론을 이용한 물건 배송을 시험 중이다. 구글은 지난해 4월 멕시코 드론 제조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태양광으로 동력을 얻는 무인기 개발 회사인 에어로스페이스는 직원이 20여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지만 페이스북도 인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무선인터넷 보급에 드론을 이용할 계획이다.

현재 구글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룬'(Loon)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무선인터넷을 보급하는데 드론을 활용할 방침이다.

구글에 에어로스페이스를 빼앗긴 페이스북도 반격에 나섰다. 또 다른 드론업체인 영국의 어센타를 인수했다. 어센타가 만든 아퀼라라는 드론도 태양광을 이용해 최대 3개월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지역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앞으로 수년간 1000여대의 아퀼라를 통해 무선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드론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간 21.8%의 성장을 보이며 항공산업 핵심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은 2014년 53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12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세계 상업용 드론 70% 생산 = 드론 열기는 우리의 이웃나라에서도 뜨겁다.

중국은 지난달 31일 선전에서 무인항공기산업협회를 설립했다. 선전시는 드론 생산기지로 유명하다. 약 300개 이상의 드론 관련 업체가 포진해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민간용 드론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민간용 드론 절반을 만들고 있는 DJI도 이곳에 있다. 현재 DJI는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제품의 80%를 수출하고 있다. 2011년 420만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3년 1억2500만달러, 2014년 5억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90명이었던 직원도 지난해엔 2800여명으로 증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샤오미, 디디콰이어(차량공유앱) 등에 이어 몸값이 비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6위에 DJI를 올렸다. 현재 DJI 기업가치는 80억달러로 추정된다.

중국 드론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사용 중인 상업용 드론이 1만5000개에 달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최대업체 알리바바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9개 도시에서 상품 배송을 시범서비스 중이다.

중국 드론시장 규모는 2013년 5000만달러에서 2022년에는 3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농업용(전체 시장의 70%)을 중심으로 드론 활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야마하는 일본 농림부 의뢰로 만든 무인 항공기를 농작물 농약살포에 사용하고 있다. 보안업체 세콤은 감시용 드론을 포함한 신규 보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건설용 중장비 업체 코마츠도 '스마트 건설' 계획의 일부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신발 제조사 크록스재팬은 드론으로 신발을 직접 고르는 세계 최초의 '공중 스토어'를 도쿄에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3~8일까지 프로모션을 위해 마련된 이 매장은 고객이 아이패드를 통해 주문하면 드론이 진열대에 있는 신발을 고객에게 가져다 준다. 이 드론은 크록스 매장용으로만 설계됐고, 약 600g까지 옮길 수 있다.

2015년 현재 16억엔(150억원) 수준인 일본의 드론시장은 2020년 186억엔(1748억원), 2022년 406억엔(38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각료와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한 관민 대화에서 신산업구상을 발표하면서 드론을 활용한 택배를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이르면 3년 이내에 드론을 이용한 화물운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여름까지 제도정비 방침을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말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서 열린 국민안전처 주관의 민관합동 재해구호물자 지원훈련에서 CJ대한통운이 고립된 이재민에게 드론을 이용해 식품과 의약품 등 민간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내시장은 1000억원에 불과 =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기술력은 높으나, 활용도 및 시장규모는 미미한 편이다.

기술력과 관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1년 세계 두번째로 틸트로터(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항공기) 드론(TR-100)을 개발했다. 현재 한국은 세계 7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이다. 국내 드론산업의 기체조립·설계분석 능력은 선진국의 80% 수준으로 분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퍼스텍, 엑스드론 등 15개 업체가 기체조립과 설계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SW)는 갈길이 멀다. SW는 드론 생산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분야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드론에 탑재되는 SW를 개발하는 업체는 없는 실정이다.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센서와 통신장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없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드론 관련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다보니 그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9월 현재 기술수준이 올해초에 비해 3배 이상 향상될 정도로 중국 DJI 등 해외 주요 드론제조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이들을 따라잡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드론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에 불과하다. 세계시장(71억달러)의 1.4% 수준이다. 아직 시장형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국드론협회에 따르면 현재 150kg 이상 항공기급 드론은 전무하다. 150kg 이하 드론(초경량 비행장치급) 240대, 항공레포츠 비행장치 626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드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8일 연 '드론 안전성검증 시범사업 설명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두배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대한항공,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텍스 등 대기업은 물론, 시설물안전진단업체, 드론 개발사, 농업용 드론업체 등 70여개 기업이 참석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등 공공기관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론 활용도 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산간, 낙도 등 오지 배송에 드론 도입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 농약살포, 작물파종, 질병방제 등을 위해 119개 조합에서 136대의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밀입국과 밀수 등 해역감시에 이용하고 있다. 해운대구도 산림자원 보존과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위해 드론을 도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안전처와 협약을 체결, 구호품 전달 등의 시범사업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정비돼 드론을 통한 물품배송이 가능해지면 곧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실증시범특구를 지정하는 등 드론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2019년까지 드론 산업에 250억원을 투입, 100개 전문기업과 5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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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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