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북한의 변화는 북한 자율에 맡겨야

2011-04-20 13:12:35 게재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 모두가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지만 그 변화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첫째는 북한을 붕괴시키고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는 시각이다. 둘째는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며 길을 들여 변화시키려는 시각이다. 셋째는 북한과 교류를 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혹자는 미국이 북한의 붕괴를 가장 바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분쟁이 필요하지 어느 한쪽의 붕괴에 따른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 일본 역시 한반도의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원치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더 더욱 북한의 안정과 일치된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시각은 한국에 있다. 한국의 주요 매체들이 전하는 북한소식은 붕괴 직전의 소식들이다.

두번째 시각은 한국의 대북정책이다. 비록 북한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취약한 북한에 대한 압박이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붕괴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 정부는 이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과거 북한이 제멋대로 룰을 정하고 남한이 따르던 관습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다.

세번째 시각은 햇볕정책인데, 이제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은 것 같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던 햇볕정책은 반대파들에 의해 만악의 근원처럼 돼버렸다.

한국이 원하는 북한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절대다수가 바라는 북한의 변화는 적어도 국민을 굶기지 않는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초점은 북한 최고지도층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 북한 붕괴 원치 않아

북한 최고지도층의 결단과 변화 없이 북한사회 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이는 북한체제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가장 어려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북한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해야 한다.

최근 북한붕괴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은 북한 사정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북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재 중국에서 개혁개방 이전이 좋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인들도 중국의 개혁개방전과 같은 북한이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압력으로 변화시켜야 하고 또 그래야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많지 않다. 현재 북한체제 특성을 먼저 체험한 경험에 따른 판단이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타율에 의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중국의 변화 역시 타율에 의한 변화는 아니었다.

이처럼 북한의 변화는 내적요소가 주도하는 자율에 의한 것이지 외적요소가 주도하는 타율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외적요소는 변화의 조건이지 근거가 아니다.

내적으로 변화의 요소가 있으면 외적인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계란을 병아리로 부화시키려면 외부온도가 필요하다. 그 온도는 너무 뜨거워도 너무 차가와도 안 된다.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압박으로, 타율로 이끌어내겠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원하는 정보에만 집착하면서 가상상황에서 실제와 다른 북한을 만들어낼 수 있다. 끊임없이 무너져가는 북한을 계속 확대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 변화의 조건에 관심 기울여야

북한의 내적인 변화에 주의를 돌리고 북한의 변화를 자율에 맡기고 그 변화를 위한 적당한 외부조건을 계속 만들어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북한에는 내재적 시장경제요소가 많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혁 쪽으로 방향을 틀고 경제건설을 촉진한다면 그에 대해 계속 봉쇄를 강화해 시장경제요소를 없애 버리는 것이 이로울까? 현명한 방법은 그 길로 나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난 시기의 햇볕정책이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는 '외부온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너무 뜨거웠고 다른 하나는 너무 차가웠다. 북한의 변화를 북한의 자율에 맡기고 그에 적당한 조건이 무엇인지 연구할 때가 된 것 같다.

진징이(金景一) 북경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