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점검 | ② 도서관에 미친 영향

책 구매량 줄어들면서 대출권수도 줄었다

2015-11-16 10:27:13 게재

'최저가 낙찰제' 안돼 같은 예산에도 구매력 줄어 … 문체부, 내년 27억 지원 추진 목표

도서관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구매력이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산까지 줄어들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1년이 지난 현재도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도서관 대출 감소 = 개정 도서정가제 도입 이전 도서관은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이었다. 도서관은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최대 35~40%까지 할인받아 도서를 구매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전국 공공도서관 828개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도서구입 할인율 현황'에 따르면 30% 초과 할인율을 적용해 도서를 구매한 도서관은 137개관으로 1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20% 할인이 276개관으로 33.4% △21~25% 할인이 115개관으로 13.9% △26~30% 할인이 100개관으로 12.1%에 이르렀다.

그런데 개정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도서관은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에서 제외됐다. 10%의 가격할인과 5%의 경제상 이익(가격 외 할인)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는 같은 예산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20% 이상 도서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2014년보다 예산이 줄었다. 지난 6월 문체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15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도서관 679개관의 도서구입비 예산은 383억원으로 2014년 도서구입비 결산액 412억원에 비해 29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관당 평균 도서구입비는 2015년 5600만원으로 2014년 6100만원에 비해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구매권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서울도서관의 경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인 2014년 1분기에 7140권을 구입했으나 2015년 1분기에는 3797권을 구입했다. 같은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구매권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

이와 같은 책 구매량 감소는 이용자들의 대출권수가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도서관계의 주장이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2014년에는 5만6356권이 대출됐으나 2015년에는 4만8808권이 대출됐다.

안타깝게도 2016년 예산 역시 2015년 예산과 비교할 때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2016년 예산은 12월 중순에 확정된다.

도서관법 개정, 추진 안 돼 = 공공도서관 예산 확보에 문체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당시 도서관법을 개정, 봉사대상인구 수 대비 장서기준을 1.5~2배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서관법 개정은 지자체의 예산 확충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아왔다. 도서관 예산 지원을 위한 문체부의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 문체부는 사업예산을 확보, 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에 새로 추진하려는 사업은 '공공도서관 장서구축 지원사업(가칭)'이다. 1관당 봉사대상인구 수 대비 대출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400여개의 도서관을 선정,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7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문체부는 2016년에도 2015년과 마찬가지로 142억원 규모로 '세종도서 선정 보급사업'을 시행하며 선정된 책들을 도서관 등에 지원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 장서구축 사업의 지원을 받으려면 대출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도서관 지원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원받은 예산으로 각 도서관들이 필요한 책을 지역서점에서 구매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도서관, 지역서점, 출판사 모두 상생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책 선정' 기능 강화 기회 = 한편 정가제 도입 이후의 상황을 두고 도서관의 큐레이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정된 예산에서 책을 구매해야 하는 만큼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는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서관으로선 보다 양질의 책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서울시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이 많은 책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보유하느냐'도 중요하며 책의 경우 많이 읽는 것보다는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점검'연재기사]
- [① 성과] '공정경쟁'이 가능해졌다 2015-11-13
- [② 도서관에 미친 영향] 책 구매량 줄어들면서 대출권수도 줄었다 2015-11-16
- [③ 과제 - 공급률 조정] "정가제 이익 출판사도 공유해야" 2015-11-17
- [④ 과제 - '책 읽는 사회' 만들기] "독자가 작품에 반하게 만들자" 2015-11-18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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