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행 1년 점검 │④ 과제 - '책 읽는 사회' 만들기

"독자가 작품에 반하게 만들자"

2015-11-18 10:24:19 게재

신간 출간하면 저자 투어 … 저자·출판사·서점이 독자에게 말 걸어야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출판생태계를 살리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좋은 책을 읽은 시민들이 함께할 때 사회는 조금씩 성장하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자·출판사·서점이 독자들을 발굴하는 데 보다 앞장서야 한다.

독자들과 함께 읽으며 유대감 높여 =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는 창립 이래 10년 동안 다양한 이벤트로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독자 교정단, 독자 교정 MT가 대표적이다. 4~5명의 독자들이 모여 출판사에서 때론 MT를 가서 함께 책을 읽으며 교정을 본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독자들은 책을 읽고 내용에 공감하며 해당 작품과 북스피어의 적극적 지지자가 된다"면서 "북스피어의 페이스북에 신간 소개가 등장하면 가장 먼저 댓글을 달고 '재미있다'고 반응을 보낸다"고 말했다.

2016년 1월에는 북스피어, 글항아리, 문학과지성사 등 10개 출판사들이 함께 모여 방송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김 대표는 "출판사를 선정하는 중"이라면서 "출판사 대표나 편집장이 직접 방송하고 전문 분야가 있는 출판사 위주로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대형 북콘서트나 사인회 등의 행사가 많이 열렸다면 최근엔 이처럼 소규모 독자들과의 소통이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출판계의 설명이다.

소수와 함께 하는 만큼 소형 출판사들도 비용 부담 없이 기획할 수 있고 출판사와 독자의 유대감은 깊어진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 등 뒷이야기를 들은 독자들은 해당 책과 출판사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나아가 출판 전문가들은 전문 출판이 출판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출판사가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전문화, 특성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종합 출판사가 아니라 전문 출판사가 돼야 한다"면서 "출판사들이 보다 전문화돼 독자들이 출판사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책 읽을 공간' 확충하는 서점 = 서점들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에 독자들이 책을 계속 찾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교보문고가 최근 책 읽는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점을 리뉴얼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례다. 교보문고는 9월부터 광화문 교보문고점을 리뉴얼하면서 독자들이 책을 읽을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리뉴얼은 12월 초 마무리된다. 이에 앞선 17일 교보문고는 100명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17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대형 카우리 소나무 독서 테이블을 선보였다. 100여명의 독자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사진 교보문고 제공

지난 1월 문을 연 교보문고 디큐브시티점의 경우에도 기존 매장보다 넓은 면적을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할애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서점의 문화적인 가치가 중시되고 있다"면서 "디큐브시티점의 경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독자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대전에서 계룡문고를 운영하는 이동선 사장은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에 할애한다. 학교, 유치원 등 독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며 독자들을 위한 서점 견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독자들은 계룡문고가 추천하는 책을 신뢰하고 구입하게 된다. 이는 학교도서관이 책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출판 전문가들은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저자들의 노력이 중요하고 주장했다. 저자들이 책을 집필하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신간이 나오면 몇 달 동안 서점, 도서관, 학교 등 전국을 투어하며 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백 대표는 "디지털 다매체 환경에서 저자, 출판사, 서점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떨어져 나가게 된다"면서 "가격 할인을 넘어서는 것이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과 출판사의 협력 강화를 = 도서관과 저자, 출판사들의 협력도 중요하다. 특히 도서관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책을 구매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독후 활동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출판사가 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서관이 개최하는 북페스티벌에 적극 참여하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출판사가 지원하면 저자들과 도서관의 협력도 보다 긴밀해진다. 아동 출판사로 다양한 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수 한림출판사 총괄이사는 "도서관·서점·어린이집 독서교육 활성화를 통한 독서인구 저변 확대는 출판인이 앞장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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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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