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이 일상화된 '뉴 노멀 시대'

고립된 북한도 국제사회 흐름 못피해

2015-12-23 11:13:49 게재

전세계 갈등 속 '자율성' 확보 … 내부에선 사설시장·돈주 영향력 계속 커져

'이슬람국가'(IS)의 등장과 이로 인한 난민 사태,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대립, 미국의 저성장과 중국의 '신창타이' 등 국제사회가 혼란과 갈등, 저성장이 일상화된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 질서의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일정 부분 자기 공간을 확보해왔던 북한도 결국에는 뉴 노멀의 물결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6 아산 국제정세전망' 설명회에서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뉴 노멀 시대에는 (국제사회가) 대결보다는 타협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면서 "이러한 경향 속에서 북한이나 IS가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차 연구위원은 "2016년에는 이런 속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 "도미넌트 액터(강대국)들이 협력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가 북한을 오히려 안정화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권력이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단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시장상인과 같은 비정부기구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오라스콤이 북한에 투자하고, 제재 속에서도 북중 국경무역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게 비정부기구 영향력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뉴 노멀 시대의 무질서가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북한 내부의 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차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뉴 노멀 시대의 특징인 비국가행위자의 역할 증대를 이용해 지금까지 생존에 성공했지만 북한도 자본주의나 시장을 제대로 통제하고 감시하거나 다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부 체제 불안 요인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경제가 현상 유지에 성공한 것에 대해 계획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정권의 뜻과 관계없이 북한 경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시장경제적 요소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에도 국가주도의 계획경제와 사설시장·돈주(사금융업자)들이 공존하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 연구위원은 "만약 김정은이 권위주의적인 개발독재로 변신을 한다면 이제는 인물 중심으로 자기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중심의 일종의 지배연합을 형성하려 할 것"이라며 "군부, 돈주, 당까지 망라하는 지배연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세대는 당연히 젊어질 수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지금의 당 부부장급 중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이나 내각의 부상급이 2016년에 상당히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까지 뉴 노멀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큰 동력은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을 뉴 노멀 시대의 일부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결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나 개방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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