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내동 빌딩 화재사건으로 살펴본 분당 용인 청소년 안전

메르스에 이어 수내동 화재까지, 시민안전 모범 매뉴얼 쓴 성남시

2015-12-29 15:31:30 게재

금요일 저녁,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화재 사건이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27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던 대형학원이 위치하고 있어 많은 학부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화재. 이제 내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날 사건을 재조명함으로 우리들이 평소에 갖추어야 하는 안전 수칙들을 소개한다.



화재,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
낯선 전화번호를 통해 “엄마 학원에 불났어!!”라는 충격과 두려움에 가득 찬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학원에 잘 내려주고 온 아이의 울음 섞인 소리에 처음엔 보이스 피싱을 의심했었다는 권진경(가명, 49세·분당 금곡동)씨. 뒤늦게 화재 사실을 알고 정신없이 제생병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고1인 김 양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건물 2층 교실에서 열심히 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받던 중 갑자기 “불이야”라는 소리가 온 건물에 울려 퍼졌고 순간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1층에서 불이 났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앞서가는 사람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위층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발화점이 5층이라는 이야기가 전달되었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다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와 어둠을 헤치고 앞과 뒤에 선 학생들을 의지하여 계단을 내려오며 김 양은 자신의 점퍼로 코와 입을 막고 계속 옷에 침을 뱉어 뜨거운 열기가 호흡기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얼마를 이동하던 중, 소방관을 만났고 이후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지하 몇 층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하를 거쳐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김 양이 겪은 그 날이다.

건물 소방 시스템, 소방관 &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만들어 낸 사망자 제로
이번 화재사건은 1월에 발생한 의정부 화재사건과 달리 사망자가 없었던 점이 연일 각종 매체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 건물의 관할대인 서현 119안전센터 신대성 지방소방장과 윤용석 지방소방장은 이날 화재사건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을 학원 강사들의 침착한 대응, 건물 내 이중 방화문 작동,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로 신속하게 움직인 소방조직을 꼽았다.
화재신고를 받고 가장 처음 건물에 도착했지만 이미 1층에서 12층 외벽에는 화염이 번지고 있었다. 번지는 불을 잡고 다른 건물로 옮겨 붙는 것을 막던 윤 소방장은 곧 2층에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았다. 화염으로 인해 1층 대피가 불가한 상황에서 건물의 구조를 잘 아는 시민이 차량이 진입하는 주차램프를 이용하면 외부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고 이에 맞춰 고립된 학생들을 찾아 나섰다.
신 소방장은 연기가 꽉 찬 상황에서 학생들을 찾아 지하 1층으로 안내했지만 겁에 질린 학생들은 방향감각을 잃고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도 했다고 그날 상황을 설명했다. 외부로 무사히 대피한 학생들은 바로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혹시 모를 유독 가스흡입에 대한 피 검사가 이루어졌다.
화재현장의 최전방에 있었던 두 소방장은 이번 화재사건은 철저한 소방시설 점검 등으로 건물의 이중 방화문이 작동한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건물 안의 연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재연시설이 작동했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 이중 방화문은 많은 학생들이 2층에서 지하로 이동하여 외부로 피난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고층건물 많은 분당지역, 건물 구조를 우선 익히는 것이 중요
윤 소방장은 분당지역 건물의 특징으로 사무실과 음식점, 그리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가가 함께 모여 있는 복합 상가 밀집지역이라는 점을 꼽았다. 더구나 분당은 각 건물에 따라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신 소방장은 평소에 건물구조를 미리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다니는 학원의 경우 적어도 가까운 비상구 등을 미리 파악해 자녀에게 인지시켜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실제 권진경 씨의 경우도 학원을 선택할 때 비상구 위치 파악은 하나의 선택 조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나면 발화층에 따라 대피로가 결정됩니다. 이런 순간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다니는 학원의 구조를 평소에 익혀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를 알고 있으면 대피에 도움이 된답니다.”


성남시·용인시에서 제공하는 각종 안전 훈련
*성남시 -
실질적 합동훈련으로 청소년들의 안전의식 키운다
 

 
성남시는 정기적인 공공기관합동훈련의 실시로 각 기관과 학교에서의 실질적인 훈련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성남관내 모든 학교에서 소화기 사용법, 실질적 대피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이외에도 분당 소방서에서는 시기별로 학생들이 숙지해야할 안전 사항 등을 각 학교 가정통신문으로 배포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안전의식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안전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하여 그 학교들을 중심으로 대피훈련을 비롯한 각종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들을 숙지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용인시-안전의식 확대를 위한 찾아가는 안전교육
  

용인시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행사들이 진행된다. 삼성 어린이 교통박물관과의 협약으로 학생들에게 교통체험을 실시하고 시민 안전아카데미를 운영, 각 구별로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의 이론교육에 이어 서울 보라매체육공원  재난 체험장에서 이어지는 실질적 체험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더욱 높여준다. 올해는 용인소방서와 경찰서와 시청이 함께하여 준비한 ‘안전문화 체험’이 처음 실시되었다. 2016년에는 좀 더 늘어난 기간 동안 더 많은 시민들이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중이다.

인터뷰
수내동 화재현장 최전방에 섰던 서현 119 안전센터 신대성 ·윤용석 지방소방장
“평소에 익힌 안전수칙은 위기상황에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큰 화재사건이 일어난 지 1주일, 그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하여 학생들의 대피를 도운 두 소방장을 찾아 서현 119 안전센터를 찾았다. 강한 슈퍼 히로인을 연상한 예상과 달리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인터뷰에 난색을 표현하던 두 분. 자신들의 도움을 기억하는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겸손한 모습의 두 소방대원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인명피해가 날수 있었던 화재였음에도 인명 사고 없이 지나가 다행입니다. 학생들과 학원 선생님들이 화재 안전수칙에 따라 잘 행동해 주셨어요”라며 겸손한 말로 시작한다. 신 소방장은 불이 난 것을 인식하자마자 가장 먼저 불이 났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소리를 질렀던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화재는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어요. 우선 화재 사실을 인식하며 가장 먼저 큰 소리로 주변에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공공기관 합동훈련으로 실시되는 학교 소방교육에서 실제 소화기를 다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각 사무실과 가정에 반드시 소화기를 비치하라고 조언했다. “실질적인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사고 시 큰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께서도 반드시 비치된 소화기의 사용법을 익혀두십시오.” 윤 소방장은 “집 안에 두 대의 소화기를 배치하고 초등학생인 자녀들에게 영상 등을 이용하여 사용법과 대피방법을 주지시키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다.
만약 소화기로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라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대피해야 한다. 첫째, 당황하지 않고 기존에 익혀둔 대피로를 선택하여 건물 외부로 나와야 한다. 두 번째로는 옷이나 헝겊 등 물 묻힌 천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자세를 낮춰 이동을 해야 한다. 신 소방장은 발화지점에 따라 대피 경로 등이 달라져야 하기에 평소에 이뤄지는 소방훈련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화재 등 사고는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자녀의 학원을 참께 찾아 비상구를 파악하고 외부와 연결된 대피로 등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등 실생활과 연결된 화재에 대한 안전수칙의 교육은 부모님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라는 두 소방대원의 말처럼 우리 부모들 먼저 인식을 바꿔 안전수칙을 익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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