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아프리카의 배터리 킹

충전 건전지로 아프리카를 밝히다

2016-01-15 09:53:06 게재
맥스 알렉산더 지음 / 박산호 옮김 / 시공사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는 현대 자본주의 폐해를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을까?

빌 게이츠는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연설하면서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선과 기부만으로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빈곤을 벗어나게 할 수 없으며 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적절하고 유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인 형제가 가나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부로'라는 대표적인 건전지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동생인 휘트 알렉산더가 아프리카에서 창업을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는 '정신나간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의 사업을 도왔고 이 책도 썼다.

책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의 시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겪은 경영 이야기가 담겼다. 덧붙여 가나의 자연과 일상 등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가나 빈곤층에 희망을 밝힌 착한 자본주의 실험기'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휘트는 이윤을 추구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꿈꾸었다.

그는 현장조사를 통해 가나 사람들이 꼭 지출해야 하는 비용 중에서 기존 제품보다 효율성이 높으면서 사람들의 수익 능력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치밀하게 조사하였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충전 건전지였다.

전기 상황이 열악한 가나에서 건전지는 손전등과 라디오를 작동시키는 생활필수품이었지만, 충전 건전지는 초기비용이 비싸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싸고 좋은 배터리를 임대해 준다면 사람들이 지출하는 비용도 낮춰주고 배터리를 아끼느라 제한했던 활동들도 가능해지니 생산성과 수익이 증대되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가나의 현실과 부딪쳤다.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환경과 질병, 도로 등의 열악한 기반시설들, 지역과 부족별로 각각 다른 언어와 인종, 이해되지 않는 문화적 차이는 물론, 무엇이든 공짜로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가나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하나씩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어,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늘려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유쾌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가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결국 '사람'에 대한 진실한 애정과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기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우울한 경제 뉴스들만 들리는 이 때, 가나인들과 공존하면서도 이익을 창출한 '부로'의 이야기는 희망의 불씨처럼 느껴진다.

불씨는 상황에 따라 사그라들거나 큰 불이 되거나 한다. 이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점점 퍼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과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영희 국회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