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장밋빛? 발주처 분쟁으로 건설사들 속앓이
상사중재 접수 폭발적 증가
불이익 우려해 소송은 꺼려
해외법무 인원 30% 늘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발주처와의 분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번 찍히면 다시 수주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소송은 엄두도 못내던 건설사들이 최근들어 하나둘씩 중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8일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건설 관련 중재사건 10건이 접수됐다. 2014년 1건 접수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사건 대부분은 현지 하도급업체가 한국 건설사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요구한 사건들이다. 이는 해외 발주처의 결제 지연으로 원청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업체까지 자금 흐름이 경색된 결과로 분석된다. 발주처와의 분쟁이 하청업체의 중재 신청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5년부터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공사 수주는 대폭 증가하다 2010년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차 줄기 시작한 중동지역 수주는 5년만인 2015년 수주물량이 3분의 1로 토막났다.
중국·인도 건설업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국제무대에서 발주처와의 분쟁은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 분쟁으로 인해 매년 1000억~2000억원 가량의 단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발주 물량 감소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건설사들은 해외 발주처와의 분쟁으로 이중고를 떠안는 셈이다.
◆분쟁에서 이겨도 상처 커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012년 이후 해외분쟁을 담당하는 법무팀 인원을 30% 가량 확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 분쟁이 늘어났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발주처가 대부분 외국 정부이거나 국가가 관리하는 기관이어서 해당 국가 법원에서 소송을 벌여봐야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막판까지 몰린 건설사는 소송보다는 국제중재 신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 발주처를 상대로 1건의 국제중재를 진행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실제 발주처와 소송이나 중재를 할 건설사는 드물다"며 "다시 수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계약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정도"라고 밝혔다.
싸워 이긴 경우도 있다. 대부분 국제중재를 신청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사례다.
국내 L사의 경우 요르단 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지만 계약상의 문제로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의 중재 결과 지체상환금(LD) 대부분을 인정받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K사의 경우 마다가스카르 발전소 건설로 발주처와 분쟁을 겪었다. K사도 결국 ICC중재를 통해 3200만달러를 받아냈다.
◆로펌들 중동으로 연이어 진출 = 해외건설 분쟁이 늘면서 국내 로펌들도 바빠졌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해외건설 분쟁이 늘어나면서 올해 두바이 지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으로 자문에 나섰다.
법무법인 지평도 지난해 두바이와 이란에 지소를 설립하고 건설 분쟁 자문에 나섰다.
태평양 소속 김갑유 변호사는 "해외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제중재 사건은 계약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도가 부족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분쟁 관련 자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평 이란·중동팀의 류혜정 변호사는 "중동지역에 계약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상담과 자문이 많은 상황이고 (소송) 수행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로펌 DLA파이퍼도 해외 건설 관련 소송 및 국제중재로 시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DLA파이퍼는 국내 건설사를 대리해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국제중재, 나이지리아 부두 프로젝트에 대한 중재 및 현지소송, 호주광산프로젝트 관련 소송 등을 수행하고 있다.
- "발주에서 돈 안주는데 하청에 줄 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