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우루과이는 '무히카' 전·후로 나뉜다

2016-02-19 10:06:17 게재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 / 박채연 옮김 / 부키 / 1만5000원

"국가원수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사람입니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연설 중 일부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의 전기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이 출간됐다. 취임 연설에서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 국민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연설을 조금 더 소개해 본다. "나는 그저 당선자 타이틀이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선자라는 타이틀은 내가 유권자들의 지지로 뽑힌 대통령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당선자'라는 말은 내가 방심하지 않게 해 주며, 나는 임무를 위탁받았을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자신의 집에서 인터뷰하는 무히카, 무히카 뒤로 책과 사진, 흉상으로 가득한 책장이 보인다. 사진 부키 제공

사상 유례 없는 게릴라 출신 대통령인 그는 소탈하고 소박한 살림을 살았다. 대부분의 국가원수와 달리 무히카 전 대통령과 영부인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시골의 농가에 계속 살았다.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집안일을 했으며 손님을 맞이할 땐 무히카 전 대통령이 직접 차를 끓였다. 그 작은 집에는 책으로 가득 찬 서재가 있었고 무히카 전 대통령의 집무실 역할을 하는 서재가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절제할 줄 아는 것이지, 가난한 것이 아니다. 나는 수수한 사람이다.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물질적인 것에 얽매여 있지 않다. 왜?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

무히카 전 대통령은 단지 '무소유'라는 생활 방식만으로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의 사회 문제로 대두됐으나 누구 하나 감히 퇴치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마리화나에 대해 합법화를 단행했다. 낙태도 마리화나와 마찬가지로 합법화했다. 이 과정은 숱한 논란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방향을 설정했고 두려움 없이 걸어 나갔다.

우루과이의 기자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인 저자 마우리시오 라부페티는 이를 두고 무히카 대통령의 재임 시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루과이 현대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간이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마리화나와 낙태를 합법화했음에도 경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그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하겠다.

물론 그가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대통령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많은 정책은 정부의 관료주의,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에 부딪혀 추진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루과이는 많은 부분에서 무히카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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