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암기과목?

파라투스수학전문학원 이종원 대표강사
학생들에게 수학이 암기과목이냐고 물어보면 돌아올 대답은 십중팔구 ‘에이~ 수학이 무슨 암기과목이에요?’ 가 아닐까? 그래서 만족할 만한 수학 점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무조건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를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개념과 논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당연히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 중 선생님이 설명하는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그 이후의 과정이다. 개념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문제를 풀면서 각종 정의, 공식과 필수 유형을 암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게다가 반드시 외워서 기억해야 할 내용의 범위도 생각 밖으로 넓다. 다른 과목은 암기를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유독 수학에 대해서는 암기를 무슨 해서는 안 될 행동인 양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자.
암기한 공식, 필수 유형들을 기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 조립 상태의 부품이라고 하자. 미리 제작된 반 조립 상태의 부품들이 많을수록 기계를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반 조립 상태의 부품들이 없어도, 기본 부품만으로 기계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 부품만 가지고 정교한 기계를 만들어내려면 당연히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학 실력을 제한된 시험시간 내에 드러내야만 하고, 그 경우 높은 생산성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번은, 한 학생이 ‘선생님이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하던데?’ 라고 수업 시간 중에 내가 한 말을 부모님께 전한 적이 있단다. 그리고나서 ‘우리 아빠는 수학을 한 번도 외워서 공부한 적이 없다던데요?’ 라고 나에게 되물어왔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아빠는 머리가 좋아서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진 게 아니야?’라고 다시 여쭤보라고 했다. 나중에 학생으로부터 아빠가 그 얘길 들으시곤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는 말을 듣곤, 학생과 같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그 학생의 아버지는 서울대를 나오신 분이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수학이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개념과 원리의 이해가 매우 중요한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지, 이해하기만 하면 외울 필요가 없단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도 지독한 암기 과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