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박근혜정부 100일의 경제정책

2013-06-10 10:46:58 게재

지난 4일은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이명박정부 출범 100일을 즈음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새정부의 정책 평가 행사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부조직 개편의 지연, 인사 난맥, 한반도 긴장 고조 등으로, 출범 100일 동안에 주요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면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지난 2주간 대선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들을 발표했다. 또한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여성 일자리 확대, 공공기관 파트타임 근무 확대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지출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공약가계부는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재원 마련 방안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 역시 사실이다. 당장 내년에 지자체 선거가 있고 2015년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는데, 과연 11조6000억원에 달하는 SOC 예산 삭감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존 세출삭감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은 아주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고, 실제 많은 나라와 정권들이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성공적으로 실행된 경우는 잘 없다. 박근혜정부가 이런 경험들을 잘 살펴보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길 바란다.

머리는 '창조경제' 행동은 '추격형' 경제

그러나 동시에 이런 재원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만 예외'라는 독선적이고 경직된 자세를 가지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공약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역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계량적 지표에 대한 대통령의 집착은 자칫 관료들로 하여금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표면상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무리수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용률 70%라는 수치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고용률 70%가 대표하는 경제와 고용 상태가 정책의 목적이어야 한다. 주객이 바뀌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을 실현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정책 목적에는 찬동하면서도 구체적 정책들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머리로는 창조경제를 생각하면서도 행동은 추격형 경제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불일치와 모순 때문이 아닐까?

관료와 정부가 선창하고 국민과 민간이 따라가는 예전 방식으로는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부가 목표를 정하면 일사불란하게 역량을 집결해서 속도전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환경도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실효성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이 시금석

정부의 역할과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과 산업을 더 이상 선도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는 법·제도·규칙을 정립하고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6월 임시국회의 최대 현안인 경제민주화 입법도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정립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 여부가 정부 역할의 대전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