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6월 임시국회 유감

2013-07-04 10:54:59 게재

경제민주화 입법이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기대되었던 6월 임시국회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만을 통과시키고 2일 폐회했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입법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정원 관련 일련의 사건들이 6월 내내 정국을 달궜다. 여야 정치권과 검찰은 정파적 득실을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를 지키고 확립한다는 자세로 이 사건에 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정파적 이해나 재벌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정립과 민주주의의 공고화라는 시대적 사명감으로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 재벌 세습과정에서 사유재산권, 법치주의, 주식회사제도 등 현대 시장경제제도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재벌 때리기'나 '기업하기 어렵게 하는 규제'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이는 마치 불량식품 판매를 막는 것이 기업 때리기와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규제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불량식품을 팔아 쉽게 돈을 벌수 있게 허용한다면, 기업주에게는 좋은 것이나 국민에는 해가 된다.

박 대통령 진정성에 의심

불량식품 판매 금지는 기업이 정상적인 제품으로만 돈을 버는 데 더 집중하게 만들 것이다. 재벌개혁 역시 총수일가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만 부를 축척하고 물려주게 함으로써, 정당한 기업경영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적 미비함으로 인해 총수일가가 사익편취로 부를 축적하고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는 세습을 허용하고 있는 상태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총수일가에게는 좋지 않을지 몰라도 국민경제에는 바람직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19대 국회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이번에 입법화되지 못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지 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을 수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시행령을 제대로 마련할지에 달려있다.

감사원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로 2조원 상당의 주가 상승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만약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과 시행령 제정으로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면, 공정거래법의 재개정을 통해 제3장에 명확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효과 없는 법을 만들고는, 규제를 해도 재벌은 회피할 수단을 항상 찾아내 결국 규제가 필요 없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을 것이다. 효과 없는 법을 만들었다면,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9월 정기국회 주목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법·편법 세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지정제도 개선, 금산분리 강화, 금융차명거래 방지, 배임·횡령·분식회계 등의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위한 입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온전한 재벌개혁은 재벌 옥죄기가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통한 건전한 시장경제체제의 정립은 창조경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