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흑묘백묘론'적 시각에서 북한 판단"

2016-04-28 11:03:35 게재

양시위 중국전문가

아산플래넘 2016

북중관계 변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을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상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거에는 전략적 완충지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이 강했지만 점차 그런 인식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6'에서 '여전한 북한'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덩샤오핑 시대 경제정책인 흑묘백묘론을 거론하며 "어떤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든 사회주의 국가든 상관없이 그 국가가 이 지역에 불안을 조성한다면 중국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중국의 외교정책이 과거에는 이념을 기준으로 우호관계가 나뉘었지만 현재는 '지역 안정과 평화'라는 중국의 국익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이 북한을 완충지대(Buffer)로 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을 지원한다는 주장에 대해 양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역의 안정에 기여한다면 버퍼존이겠지만 연평해전 같은 일이 발생하면 역설적"이라면서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지역 안정을 해치는 어떤 움직임도 반대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취하는 국가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분노는 북한의 여러 차례 도발로 증대되고 있다"면서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중국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전문가들 입장에서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북한의 수소실험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한 사이에 놓인 중국' 세션에 참석한 왕동 북경대 교수도 "예전에는 중국과 북한이 군사동맹 관계였지만 이제는 양국 관계가 보통 국가 간의 관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중국의 목표이긴 하지만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양 시위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이 각각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단순 조치만으로는 핵문제라는 복잡한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 등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마련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마련하면 다시 북한을 자극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고, 북한은 핵이냐 번영이냐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이 정권의 생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핵문제를 기회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경제발전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는데 이러한 진정한 의도도 그런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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