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키 큰 다문화 가족을 위해

2016-05-10 11:17:50 게재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등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이며, 자녀들은 사회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뿌리이다.

이러한 가정의 모습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해 왔다. 산업화에 따라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0년대 들어 외국인들의 국내 유입이 본격화됐고, 지금은 그 숫자가 200만여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100명 중 약 4명이 외국인이다. 특히 2001부터 2014년까지 약 480만건의 혼인 중 42만건이 국제결혼이었다. 열쌍 중에 한쌍에 가깝다. 가족 구성원의 일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이미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 CERD)는 우리에게 '단일 민족 국가라는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단일 민족 국가라는 말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이런 변화는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으며, 영등포구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체 주민 중 외국인은 6만7000여명으로 인구의 17%를 넘었으며, 다문화 가정도 7500여 세대에 달한다. 취학 중인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1000여명에 이른다.

다문화 가족 위한 정책 목표 바뀌어야

다문화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정부 정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러 사업들이 다문화 가정의 성공적인 국내 적응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우리구 역시 한국어 교육이나 컴퓨터·운전면허 등 국내 적응에 필요한 교육과 국내 문화 체험 기회 제공, 취업 알선 등을 통해 이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국말이 낯설던 며느리는 어느덧 전국 노래자랑 무대에서 트로트를 열창할 수준이 됐으며, 걸음마를 배우던 20만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어느덧 취학 또는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정책의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정착 지원은 물론 다문화 가정 2세들의 성장과 사회 진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등포구도 이러한 상황에 발 맞춰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착 지원과 더불어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국인 부모를 둔 가정의 자녀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드림투게더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혁신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외국인이 함께 사용·운영하는 공동이용 시설을 마련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다문화 가족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했으며, 이를 확대한 담당 부서도 곧 신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변화된 다문화 가족의 형태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영등포구만의 새로운 다문화 가족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유럽의 강대국 프랑스도 똘레랑스 (tolerantia. 관용)라는 이념을 갖고 오래 전부터 이민을 받아들였으나, 이민자 가족의 낮은 교육수준과 고질적인 저소득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프랑스 보다 잘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없는 지금,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는 프랑스 보다 더한 혼란을 겪을 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다문화 가정 2세, 3세들에게 관심을 갖자. 더 이상 '소 닭보듯'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변화된 상황에 맞게 미래를 준비하자. 부모의 민족과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자. 그래서 모두가 함께 어울려 가족처럼 한 민족이 되어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