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의 경쟁력 - 천안중앙고등학교 크라운(CROWNS) 진로 스터디

진로 탐색은 물론, 대학 입시 풍성한 결실에 큰 역할

2016-05-23 15:49:19 게재

기획 - 학생부 종합 전형 시대, 천안 아산 일반고의 경쟁력
학생부 종합 전형이 급부상했다.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고, 동시에 진로를 향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해왔는지 성실성과 가능성에 주목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입시제도다. 다른 어느 때보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준 높은 활동과 학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 천안아산내일신문은 우리 지역 고등학교의 교내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수요일 오후 1시 30분의 고등학교. 막 점심을 먹은 후 나른함이 몰려올 시간이다. 요즘처럼 조금씩 날씨가 더워지면 눈꺼풀에 무거운 추도 매달린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학생들의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빛났다. 관심 가는 강좌를 듣기 위해 선 채로 집중하는 모습도 눈에 뜨였다. 자신의 진로를 찾으려는 학생들과 학생들의 관심에 맞춰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려는 대학교수들의 함께함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교수진들 강연 통해 진로 설정에 접근하는 계기

천안중앙고등학교(교장 한상규. 이하 천안중앙고)는 지난 18일(수) 대학교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그저 초청 강연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규모가 상당했다. 저명한 대학교수 한 명이 방문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특강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각 전공 별 대학교수들이 분야별로 강연을 진행해 학생들은 관심에 따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를 찾은 이들은 공주대 나사렛대 남서울대 단국대 대전대 백석대 백석문화대 상명대 선문대 순천향대 한국기술교육대 한서대 호서대 등 충남 지역 13개 대학의 전공별 교수 41명과 특강 강사 2명. 이날 천안중앙고는 두 시간에 걸쳐 항공 교통, 역사고고학, 체육교육, 수리통계학, 약학 한의학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총 43개 분야 별 전공 대학교수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적게는 여섯 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각 교실에서 강연을 들었다. 대학교수 초청강연을 기획한 천안중앙고 기획홍보부장 유성재 교사는 “전공대학 교수와 만남을 통해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학습에 동기부여 및 방향을 설정해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관심 갖는 내용에 대해 실질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학생들의 호응은 높았다. 호서대 영어영문학과 이노신 교수는 앞으로 영어와 영문학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며, 특히 앞으로 통·번역기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달라질 환경을 전했다. 특강을 들은 2학년 한상준 학생은 “평소 영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특강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나가고 진로를 잡아야 하는지 실질적인 지침을 갖게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진로를 잡았던 학생들은 전공 별 대학교수들의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강의를 통해 자신의 진로에 한 발 더 가까이 접근한다. 

2012년부터 운영한 크라운 진로 스터디, 현 입시제도에서 큰 역할

전공 대학교수 초청 강연은 그저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천안중앙고가 2012년부터 운영해오는 ‘크라운(CROWNS; Creative course, Reading road, Occupation Work, Network Service) 진로 스터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크라운 진로 스터디는 전공탐색, 전공 독서토론, 대학교수 및 전문가 초청강연, 선배와의 대화시간, 대학탐방 및 직업체험, 크라운 진로스터디 발표대회 및 연간 2회 실시하는 진로체험의 날을 연계 운영하며 진로 및 꿈을 탐색하는 진로진학 프로그램이다. 연간 42시간 운영하고 있어 진로에 대한 탐색과 대학 입시에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 2학년 모든 학생의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크라운 진로 스터디 프로그램 외에도 109개의 공부사랑동아리 활동 및 학생들의 소질에 맞는 다양한 진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스터디나 동아리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기장 중심으로 직접 동아리를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신생 동아리를 구성하기도 한다. 2학년 강 윤 학생은 “어려서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아 다른 진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로봇 관련 크라운이 없어 선생님께 문의해 올해 ‘A.I.Robotics’ 크라운을 시작했다”며 “학생들이 원하고 진로로 희망하는 분야가 있으면 관련한 스터디나 동아리를 구성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적극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강 윤 학생은 ‘제13회 한국과학기술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 8~17일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Intel-ISEF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서 세계 4위의 성적을 거뒀다. 77개 국가에서 14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거둔 성과였다.

대학교수들과 연계 통해 수준 높은 R&E까지 계획

천안중앙고는 쌓아온 성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는 각 크라운별 대학연계 과제연구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2010년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어 과제연구프로그램(R&E)을 진행하는데, 특강에 참여한 전공 별 대학교수들의 지원을 통해 수준 높은 내용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실제, R&E는 입시에 강점으로 적용할 수 있음에도 전문적인 내용과 준비과정 등으로 일반고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천안중앙고는 과학중점학교의 이점과 더불어 대학교수들의 조언과 지원으로 한 단계 성장을 꾀한다.
교수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명과학 관련 ‘참생물’ 크라운에서 특강을 진행한 단국대 미생물학과 노재영 교수는 “학생들에게 생명공학과 미생물학의 비전을 강의하며, 다른 시·도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소논문에 접근하는지 등의 사례도 소개했다”며 “천안중앙고 학생들이 R&E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지원할 내용을 선생님들과 의논해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