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국인 선교사 살해용의자 검거

2016-05-30 12:03:00 게재

"한국경찰 CCTV 분석 범인 검거 결정적 역할"

필리핀 거주 한국인 선교사의 살해용의자가 검거됐다.

30일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이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현지시각)쯤 한인 선교사 살해 용의자 A씨(필리핀인)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범행 현장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살던 거주민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술에 취해 심씨 집에 들어가 잠을 자다 갑자기 피해자가 손전등을 비추고 소리를 지르자 놀라 살해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4시30분(현지시각)쯤 필리핀 마닐라 부근 안티폴로 타이타이 지역에서 한국인 선교사 심모(57)씨가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쯤 현장감식 전문가와 프로파일러, 폐쇄회로(CC)TV 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필리핀에 파견해 수사를 벌여왔다.

이번 살해용의자 검거에는 현지에 급파된 한국경찰이 분석한 CCTV 영상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CCTV가 설치된 건물을 일일이 방문해 현장 주변 3개소의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며 "또 필리핀 경찰이 초동수사 시 확보한 증거품을 확인하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 묻은 티셔츠를 발견, 티셔츠를 입고 범행 현장으로 이동하는 범인의 모습을 CCTV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필리핀 경찰은 한국경찰이 분석한 CCTV 분석 자료 및 영상을 토대로 범인이 포착된 CCTV 인근에서 집중적인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필리핀 경찰청 수사국장은 "한국경찰의 전문적인 현장감식과 CCTV 분석, 프로파일링 기법이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앞으로 "코리안데스크 담당관을 통해 피의자의 범행을 보강·입증할 DNA 분석 과정 등 필리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속 확인, 필요시 필리핀 경찰의 증거물 확보와 분석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재외국민 피살 사건에 수사팀을 파견하는 일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 경찰은 작년 12월 필리핀에 거주하던 조모(57)씨가 집에 침입한 괴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 창설 이후 처음으로 외국에 수사팀을 파견했다. 지난 2월에는 박모(68)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과학수사 요원 등 수사팀 5명을 파견,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용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한편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모두 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17일 오후 마닐라 외곽에서 장모(32)씨가 집 근처에 주차해놓은 승용차에 타려다가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2월 22일에는 마닐라 외곽 한 주택가에서 은퇴 이민 온 박씨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11명이 필리핀에서 살해된바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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