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금융당국 면피 급급

2016-06-07 10:50:51 게재

공식 컨트롤타워 필요

2013년 조선·해운업의 위기 이후 3년간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주체도 책임규명도 없다.

조선업계에서 3년 가까이 진행된 구조조정은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책은행 등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으면서 사실상 방치돼 왔다. 기업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최상위 주체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지목되고 있지만 서별관회의는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회의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로 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구조조정을 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별관회의를 통해 청와대와 기재부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왔다.


7일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받는 기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신규자금을 지원받으려면 국책은행을 움직이기보다는 서별관회의 실무 자료를 준비하는 금감원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며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서별관회의를 거친 뒤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별관회의는 공식화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책임규명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별관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각 부처에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에서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만든 회의"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구조조정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단과 기업이 알아서 할 사안이지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책은행 뒤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해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구조조정은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의 결과"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구제금융 제공의 조건으로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공식화하고 국회의 사전동의와 사후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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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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