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주민발의 조례로 공공병원 첫 설립

2016-06-07 11:30:58 게재

성남시의료원, 개원 준비 본격화

'시민에 의한, 시민 위한 병원' 천명

"성남시의료원이 대한민국 공공의료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리더가 되겠습니다."

지난 2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성남시의료원 사무실에서 법인 현판식이 열렸다. 사진 성남시 제공


경기도 성남시의 '공공의료복지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남시의료원'이 2일 법인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의료원 개원작업에 들어갔다. 성남시의료원은 이날 출범한 비영리특수법인이 직영하게 된다. 국내 최초로 주민발의 조례에 근거해 설립되는 성남시의료원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으로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지역·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통한 운영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운영방식은 직영체제로 = 이를 위해 법인은 이사회 정관에 시민위원회를 설치, 시민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건립하는 병원인 만큼 운영에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판식에서 "성남시의료원이 대한민국 공공의료가 가야할 첫 길을 열고 제시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안전과 생명을 지켜나가면서 공동체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복지국가의 모델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남시의료원은 비영리특수법인이 운영하게 된다. 그동안 의료원 운영방식을 놓고 성남시의회와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시의회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만성적자를 시가 떠안게 돼 시민의 세금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주장해왔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영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찬반논란 끝에 지난해 7월 시의회는 의료원 설립·운영조례에서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3월 초대 의료원장을 공모하면서 사실상 직영체제를 선택했다. 이어 지난달 2일 조승연(53) 전 인천의료원장을 초대 원장으로 임명하고 지난달 12일자로 법인등기를 하면서 직영체제를 갖췄다. 조승연 원장은 "수탁기관이 참된 공공의료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그런 곳이 없다"며 "위탁운영을 하면 수탁기관의 경영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어 세금으로 민간병원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군산의료원의 경우 원광대병원이 위탁운영을 포기하고 2014년부터 전북도가 직접 운영한 뒤로 환자가 늘고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고 조 원장은 설명했다.

'재정부담 우려' '돈보다 생명을' = 그러나 직영에 따른 재정부담은 여전히 우려되는 점이다. 성남시의료원은 이달부터 의료원 건립을 위한 각 분야별 전문가를 순차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700~1000명에 달하는 의료진은 모두 공채로 선발할 계획이다. 성남시의료원은 건립비 1931억원, 의료장비구입비 750억원 등 전액 성남시 재정으로 짓는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소속 이제영 성남시의원은 여전히 "수백억원이 예상되는 적자에 대한 해결방법이 없다면 대학병원 위탁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공공의료원이 적자인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를 충당할 비급여부대사업을 제한적으로 해야 하고,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기 때문"이라며 "성남시의료원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수요가 충분해 공익적자를 빼면 흑자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익적자'란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공익을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아장애인을 위한 병원, 노숙자를 위한 진료, 응급실, 음압실 등은 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병원이 꺼리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조 원장은 "최근 정부 용역결과 공공의료원의 61%가 공익적 적자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공익적자와 접근성 문제, 감가삼각비 등을 반영하면 대부분 공공의료원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창립 취지문을 통해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이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건강권이라는 인본주의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남시의료원은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4711㎡에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로 들어서며 2013년 착공,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23개 진료과, 517병동을 갖추고 지역거점 공공병원(2차 의료기관)으로 급성기 진료, 예방 및 건강증진, 질병관리, 재활 등의 포괄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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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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