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AlphGo)가 띄워 줬지만 …

갈길 먼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

2016-06-08 14:10:26 게재

선발주자 미래대우 수탁고 20억원 불과 … 1.5%대 수수료 대중화 요원

로봇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에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알파고(AlphGo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바람에 이어 자산관리활성화 방안까지 나오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지만 성적은 저조하다. 이용 수수료가 생각보다 싸지 않은데다 여전히 사람이 개입하고 투자기법 역시 진부하기 때문이다.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 활용도가 커지고 올 4분기쯤 직접 일임·자문이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출현으로 시장 활성화에 물꼬를 트게 될지 주목된다.

8일 관련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선제적 양해각서 체결로 7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조차 5월 중순기준 수탁고가 2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의 초반 실적은 미미하다. 미래에셋대우가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한 뒤 선택 가입할 수 있게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투자자 호응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특허 출원까지 한 삼성증권은 목표고객을 고액자산가로 잡고 있어 자산관리 대중화라는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유안타증권은 인공지능 매매시스템 '티레이더2.0'을 개발해 국내에서 특허 등록을 마치고 중국 대만 등지로 수출을 앞두고 있지만 역시 국내 활성화를 논하기엔 섣부르다. 티레이더는 기업가치, 실시간 수급상황, 기술적지표 등을 기반으로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고 맞춤형 종목을 발굴해 주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와 미국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수(수수료)"라며 "미국이 0.5% 미만의 저렴한 보수로 가격 차별화에 성공했다면 국내는 1.0~1.5% 수준으로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핵심 역할이 자산관리의 대중화라는 점에서 국내 로드바이저 업체들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참신한 투자기법 개발에 앞서 마케팅에 치우지고 있는 업체들의 행태도 문제다.

한 로보어드바이저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로보어드바이저가 새로운 투자기법의 상품인 것처럼 마케팅하고 있지만 실상은 퀸트(금융공학)모델에 기반한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전혀 새로운 투자기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인공지능 로봇이 돈을 굴려주는 신상품''시장을 웃도는 수익률' 등 마케팅 열풍에 편승하는 것은 장기적으론 로보어드바이저시장 성장을 되레 훼손할 수 있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의 대중화에 성공하려면 낮은 수수료로 차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인 제약도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 되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는 직접 자문·운용이 가능하지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산출된 자문 결과를 토대로 자문인력 혹은 운용인력 등 사람이 자문운용하는 백오피스 활용만 가능하다. 수수료 등 보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를 극복하고 활성화 시키기 위한 여건 조성에 나선다. 오는 7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효성 적합성을 공개 테스를 통해 검증할 예정. 검증 받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르면 4분기부터 직접 일임·자문 업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되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수료는 낮아질 수 있고 그만큼 투자자수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섣부르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도 점쳐지고 있다.

중산층 재산 증식을 위해 도입한 ISA와 적은 돈도 싸게 투자기회를 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ISA와 로보어드바이저의 결합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예컨대 일임 역량이 부족한 은행권의 일임형 ISA 포토폴리오 제안에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이 활용되는 경우다.

또 로보어드바이저가 대부분 보수가 저렴한 ETF(상장지수펀드)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의 성장은 곧 ETF 시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엔 15개 운용사가 총 211개 종목, 순자산총액 22조1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고병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