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갤러리 <미친년·발화하다> 페미니즘 사진작가 박영숙 개인전

세상을 향한 ‘미친년’들의 목소리, 사진으로 듣다

2016-06-27 21:46:02 게재

관객들 호응 커 전시기간 연장


Park Youngsook_WOMAD_Goddess of Mother Earth and Fertility_2004_170x120cm_Courtesy ARARIO GALLERY

7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강렬한 포스와 아티스틱 아우라를 풍기는 박영숙 작가. 한국 미술계의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이며 ‘한국 페미니즘의 대모’로 불리는 그를 만났다.
박영숙 작가는 자리에 앉자마자 미술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며 예리하면서도 거시적인 분석을 쏟아냈다.
“동시대 아트에서 사진은 꽤 중요한 미디어아트예요. 21세기 사진작품은 포스트모던한 아트웍(artwork)을 생산해 왔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회화 중심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사진 미디어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했죠.”
사진이 동시대 아트에서 소외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박 작가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사진 미디어 아티스트를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북촌에 ‘트렁크 갤러리’를 오픈한 것.
트렁크 갤러리의 역할은 컸다. 미술시장의 혁신을 주도할 갤러리로 성장하며 10년 동안 사진이 중요한 미디어아트임을 확산시키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박 작가는 시스템 안에서 책임 있게 관리돼야 하고 위작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는 마더 갤러리가 필요함을 직접 보여주었다.


박영숙 작가

박 작가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지속한 ‘미친년 프로젝트’ 9개 전시 전체가 성공을 거두면서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그를 빼고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평을 얻은 작가다. 
그가 아라리오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처해왔던 다양한 현실의 명암을 직설적이면서 강렬하게 ‘미친년’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나타내고 있다. 박 작가는 “남성 중심 자유 체제에서 직관에 따른 지혜를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 안에 있는 마녀성, 여성들의 지혜로운 생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말하는 미친년은 시대를 앞서가는, 자기주장과 생각을 당당히 말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능동적인 여성들을 상징하는 은유적 단어다.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모든 여성은 미친년’이라는 화두로 환원시킨 페미니즘 작업이 사진 속에서 발화(發話)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다수의 연쇄 장면으로 구성한 실험적 시퀀스에 여성적 은유를 담은 <마녀> <장미> <우마드> 등 44 작품이 관객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특히 슬라이드 작품인 ‘자궁 스토리’에서 작가는 “가수 한영애의 구음으로 작품의 의미를 더했고 지나치게 편리하고 앞서가려는 모더니스트들의 태도를 비판했다”고 밝혔다.
작가의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는 물론 초기작까지 모은 이번 전시는 박영숙을 다시 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아라리오는 전시기간을 두 달여나 연장하며 박영숙 작가에 주목하는 관객들의 호응에 답하고 있다. 또한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전문 도슨트를 통해 요청하는 관객들에게 관람의 폭을 넓혀주는 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기간 : 9월 11일(일)까지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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