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 태운 공화당호 '좌초 위기' 직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 공화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분란을 일으켰고 제동을 걸려는 당 지도부를 향해서 반격을 하고 나서면서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공화당 골수 당원들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며 탈당하고 지도부는 트럼프 낙마 대비책까지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은 철저하게 계산된 선거전략으로 보는 측도 있지만 조만간 그의 변신이 시작되지 않으면 낙선은 물론 공화당이 두동강 나는 유례없는 혼돈과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적색경보가 켜졌다.
입만 열면 분란 일으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7월 21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에도 끝없이 분란을 일으켜 왔다. 남의 잔치에는 조용히 있어온 관례를 깨고 민주당 전당대회 도중 비난전을 폈다가 화를 자초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칸 이라는 미군대위의 부모가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 연설을 했는데 아버지만 연설하고 어머니는 옆에서 지켜만 봤다. 트럼프 후보는 "칸대위의 어머니가 여성의 발언을 불허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한마디도 못했을 것"이라는 투로 언급했다. 이는 전몰장병, 참전군인들은 물론 전체 무슬림을 비하 또는 모독한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 등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잘못된 발언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사과는 커녕 칸대위의 아버지와 공개설전을 벌였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이를 비판하며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자제시키려 했으나 트럼프는 오히려 라이언 망신주기로 반격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11월 선거를 위해 위스콘신 지역구에서 공화당 예선을 치러야 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대해 "우리는 더 강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공개 지지(Endorse)하기를 유보 또는 거부했다. 전당대회전에 자신에 대한 지지선언을 유보했던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되갚은 것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그를 지지하며 전당대회를 치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라인스 프리버스 의장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심지어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까지 "나는 라이언 하원의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대통령 후보와 엇박자를 놓았다. 러닝메이트로 거명됐던 측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는 본인 스스로 클린턴 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후보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변치 않는 트럼프에 등 돌리며 탈당
트럼프에 등을 돌리며 탈당하는 당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에도 그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분열주의자, 선동가, 말성꾼의 이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그는 여전히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한 기성 정치권의 도움 없이도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쳤다. 당 지도부의 자제요구, 변화 요청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신의 유세장에 모인 일부 광적인 지지자들의 소리만 듣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후보를 바라보는 공화당 주류는 "공화당을 존재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트럼프와 등지고 나섰다. 공화당 골수 당원들이 트럼프 대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겠다며 탈당하는 사례가 나왔다. 퇴역장성 등 외교안보전문가들과 전직고위인사, 저명한 사업가들과 학자들의 반트럼프 선언이 계속됐다. ABC 뉴스는 공화당원들 중 상당수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블루진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낙마 대비책 논의까지 흘러나와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낙마'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ABC 방송은 3일 "공화당 관리들이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에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중도에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공화당이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시킬 수는 없으나 자진 사퇴할 경우 전국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하고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규정상 트럼프가 자진사퇴할 경우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위원 168명이 후임자들을 놓고 투표해 과반을 넘는 후보를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후보직을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실제 후보교체 보다는 트럼프의 일대 변신이나 트럼프 패배 이후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NBC 뉴스는 프리버스 전국위원장과 뉴트 깅그리치 전하원의장,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트럼프지지자 들은 트럼프 아들딸들과 논의해 그의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후보가 이방카를 비롯한 아들딸들의 말은 귀담아 들을 것이라는 기대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계산, 모든 것 잃을 위험
트럼프 후보의 기이한 행동은 철저히 계산된 선거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 경선 과정 부터 등 돌린 공화당 진영의 큰손들 때문에 돈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게임이 안 되는 열세가 될게 분명하고 돈선거를 배척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4000만달러를 꺼내 경선을 치른 것과는 달리 본선 선거전에는 10억달러는 족히 쏟아 부어야 하는데 돈 선거에 말려들 경우 힐러리 클린턴을 도저히 당해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는 공짜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평범한 말로는 안 되며 막말과 독설, 독특한 시각과 논쟁거리를 쏟아내야 공짜로 언론들의 관심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는 기이한 행보를 지속했다.
트럼프의 계산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 트럼프에게 등 돌리기, 트럼프 대통령 자격 부정하기, 힐러리 클린턴 투표하기, 탈당하기 등의 징조가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가 조기에 변신하지 않으면 그의 참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공화당에도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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