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들러리?

"기금운영위 상설화, 전문화 절실"

2016-08-12 11:04:34 게재

"전략적 자산 투자배분도 복지부가 정해 … 가입자 위원에 전문가 추천해야"

500조원 넘는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이 주요 결정사항인 전략적 자산 배분도 사실상 복지부의 관련부서가 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위원들 공동 주최로 10일~11일 양일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다가오는 초고령사회, 공적연금 해법을 찾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제공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위원들 공동 주최로 10~11일 양일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다가오는 초고령사회, 공적연금 해법을 찾다' 토론회에서 전창환 한신대 교수 등 토론참석자들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 운용과 가입자단체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금운용성과 공개 폭을 넓히는 쪽으로 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형식적 논의 기구에서 탈피해야 = '국민연금 기금운용 :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한 전창환 교수는 "우리나라 기금운용체계에서 가장 큰 결함은 국민연금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한 명실상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주체가 불분명하고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법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관련 최고의결기구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는 복지부의 연금재정과 주무 공무원들이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핵심인력과 국민연금연구원의 전문 인력을 이용해 사실상 전략적 자산배분의 주요 내용을 다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복지부 주무담당도 주기적으로 인사 이동되면서 그 전문성마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 기금운용위원회는 분기별 회의를 열고 있으며, 산하 각종 위원회 또한 비상설기구로 되어 있어 기금운용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에는 근원적인 한계도 있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오건호 내가만든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금운용위원회가 분기별 회의체이고 구체적 투자 내역에 대해선 관여하지 못해 형식적인 논의기구로 전락했다"며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와 경제부처뿐만 아니라 거대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 역시 확보해야 하며, 정부 사용자 가입자 대표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체계 속에 가입자를 기금운용의 실질적 주체로 확고히 세워 독립적 활동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 이해 관철 능력 갖춰야 =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도 제기됐다. 특히 가입자 대표들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입장이 강조됐다.

전창환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략적 자산 배분의 결정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려면 연금 금융 재무적 전문성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며 "노조나 시민세력이 금융 재무적 전문성을 소수의 금융엘리트들의 전유물로 치부하고 외면하는 이상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모순과 갈등구조를 해결하는데 무기력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기금운용체계 개정안에서 가입자 대표를 주변화하려는 주요 명분이 전문성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단체들은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며 "가입자단체들은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만 전담하는 전문직 임원을 기금운용위원으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금운용관련 최고의결기구 위원이 갖춰야 할 전문성은 자산운용시장 실물경험보다 가입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권미혁 의원은 "거대 연기금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리스크를 조정하고 가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성과에 대한 공시 폭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전창환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처럼 다양한 정보 제공에 인색하고 국민들을 홀대하는 연기금은 세계에서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홍석 복지부 연금재정과 과장은 기금운용위원회의 들러리 논의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기금운용체계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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